한미정상회담 행사에서 블랙핑크 공연 무산 등의 여파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직에서 사실상 경질된 김성한 전 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 번도 블랙핑크 공연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미국이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소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동아일보> 정용관 논설실장은 3일자 '국가 안보사령탑 경질, 그 기이한 사연'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김 전 실장 경질 배경을 언급하며 김 전 실장이 이같은 취지의 소명을 했다고 썼다.
칼럼은 "윤 대통령이 미국 측의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공연 제안 얘기를 처음 들은 건 3월 9일이다. 대선 1주년이던 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방문을 위해 이동하던 중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던 외교부 간부의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미국 측이 합동 공연을 제안했는데 왜 한 달 반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답도 주지 않느냐는 항의를 하더라'는 취지의 직보(直報)였다고 한다. 국가안보실에 경위를 파악한 대통령의 강한 질책이 있었고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이튿날 사퇴한다"고 전했다.
칼럼은 이어 외교비서관도 연대 책임을 져 '줄사퇴'가 발생했고, 이에 <동아일보>의 '김 실장 교체 검토'가 있었다고 했다.
정 논설실장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대체 왜 블랙핑크 보고를 뭉갰을까 하는 점이다. 미국 측의 제안이 왔으나 블랙핑크 섭외가 쉽지 않은 데다 '부부동반' 문화 행사보다는 '정상' 간 외교 일정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질 바이든 여사가 제안했다고 하니 아이디어 수준으로 여겼을 수도 있고, 거액의 개런티 비용을 누가 정산할지 등 복잡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김 전 실장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 번도 블랙핑크 공연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미국이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소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이 칼럼이 사실에 부합한다면, 김성한 전 실장은 자신의 '카운터 파트'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소통에 집중했을 뿐이라는 말이다. 즉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다른 판단' 때문에 사실상 경질된 셈.
정 논설실장은 "윤 대통령으로선 한일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으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였다. 한일 회담 후폭풍을 잠재우기도 벅찬데 돌발 변수까지 벌어졌다"라며 "곧 집권 1년. 사람이 문제인지, 시스템이 문제인지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도 좀 더 세련된 수습 방법은 없었는지 곰곰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이상 조마조마하고 싶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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