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오랜 기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습도가 20%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서울을 비롯한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2일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가 '경계' 단계까지 격상됐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1시 20분 경 긴급중앙통제단을 가동하고 비상소집 조치를 취했다.
서울 인왕산의 경우 이날 오전 11시 53분경 부암동 6부 능선에서 불이나 인근 120여 가구 주민들이 대피했다. 오후까지 축구장 30여 개 면적에 달하는 임야 14ha(헥타르)에 불이 났고, 70~80%의 진화율을 보이고 있다.
충청남도 홍성에서도 이날 오전 11시경 화재가 발생해 산불 3단계가 발령됐다. 헬기 17대와 1649명의 인력이 투입돼 산불 진압에 나섰으나 아직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는 않았다.
이밖에 대구, 충남 천안·서산·금산·보령, 경상북도 군위, 충청북도 옥천, 경기도 남양주·양평·화성 등에서 크고 작은 불이 발생했다.
전국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데에는 건조해진 날씨 탓이 크다. 이날 서울과 대전에 건조 경보가 내려진 것을 비롯해 전국에 특보가 발령됐다.
보통 봄철에는 이동성 고기압이 한반도를 지나가는데 종종 비를 뿌렸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이렇다 할 강수가 없으면서 습도가 낮아졌다.
실제 기상청 수문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달 12일 5.6mm의 비가 내린 이후 이날까지 강수가 없는 상태다. 인천, 강원 등의 지역에도 1일을 기준으로 20일 째 비가 오지 않았었다.
여기에 이날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화재가 발생하기에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 전국적으로 순간 풍속이 시속 35km(초속 10m) 안팎을 기록하고 있고 영남 지역에는 순간 풍속 시속 55km(초속 15m) 내외의 강풍이 불고 있는 지역도 있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도 산불이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산불이 740건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빈번한 수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산불 상황과 관련 "산림청과 소방청을 중심으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산불 진화와 예방에 총력을 다하라"라며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등 관계 부처는 유관 기관의 헬기, 인력 등 가용 자원이 지원될 수 있도록 협력 체계를 가동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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