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생병원 본관을 경기도의료원으로 활용하자.’
박형덕 경기 동두천시장이 최근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내부 공사를 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방치된 제생병원 본관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김 지사가 공약으로 내건 동북부 공공의료원 설립 최적지가 동두천이라는 포석을 깐 것이다.
2일 동두천시에 따르면 박 시장이 이틀 전 김동연 지사를 만나 ‘제생병원 본관 건물을 경기도의료원으로 쓰자’라고 공식 제안했다.
제생병원은 대진의료재단(대순진리회)이 지행동 산27번지 일대 13만9770㎡ 땅에 건립 중인 종합 의료시설이다.
본관은 지하 4층~지상 21층, 별관은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다. 병상수는 각각 1190개·215개다.
본관과 별관 모두 외관은 다 지은 상태다.
별관은 올 연말 내부 공사를 끝내고 내년 6월부터 양방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문제는 본관이다. 이곳은 내부 공사를 하지 않은 채 20년 넘게 방치된 상태다.
이에 박형덕 시장이 김 지사에게 본관 건물 활용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김동연 지사의 주요 공약과도 맥이 닿아 있다.
김 지사는 현재 경기 동북부 지역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고자 공공의료원 건립을 추진하는 중이다.
남양주·양주시와 연천·가평군 등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공공의료원 건립은 건축 사업비가 1000억~2000억 원이 드는 데다, 부지 선정과 재정 마련 등 행정 절차를 밟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
자칫 김 지사 임기 중에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박형덕 시장은 이 틈을 노렸다.
제생병원 본관을 경기도의료원으로 쓰면 방치된 건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데다, 추후 공공의료원 설립지 결정 과정에서 유리한 입지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경기도가 제생병원을 도의료원으로 활용하면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전염병 사태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또 경기 북부 의료 환경도 훨씬 나아진다”라며 “여기에 장기 방치 건물을 해소한 모범 사례로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도 “제생병원은 외관을 완공한 상태여서 향후 동북부 공공의료원을 설립할 때 사업비와 건축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면 김 지사 임기 내에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라며 “대진의료재단에 본관 건물 활용을 제안했고, 대순진리회 4개 종단 대표자 회의에서 이를 동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동두천 제생병원은 1995년 1월 첫 삽을 떴다.
그러다 그해 12월 대순진리회 종단 교주가 사망하고, 종단 사이의 의견이 갈리면서 공사에 차질이 생겼다.
결국 공정률 30%를 넘기던 1999년 8월 공사를 멈췄다. 2020년 하반기부터 다시 내부 공사를 시작해 올 연말 별관부터 준공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대진대학교와 포천·동두천시는 의과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포천시에 예과를, 동두천시에 본과 캠퍼스를 두고 젊은 의료진을 양성해 경기 북부의 의료 환경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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