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어느 땐 데 종이표를 뽑고 기다립니까"
지난 29일 오후 경기 오산시청 1층 민원여권실에서 만난 시민 A씨(40대·중앙동)가 짜증 섞인 말투로 내뱉은 말이다.
민원서류를 받급 받기 위해 시청을 찾은 A씨는 "잠깐 주차된 차에 물건을 가지러 다녀오려는데 내 순번을 몰라 갔다 와야할지 말아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면서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종이표를 뽑고 기다리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내삼미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윤모씨(22·여)는 지난 2월 초 여권을 만들기 위해 시청을 찾았다가 멍하니 40분 이상을 기다렸던 당시를 회상했다.
윤씨는 "카톡 시스템을 이용하면 밖에서 편하게 기다리면서 내 순번을 알 수 있는데 종이표 순번은 그냥 멍 때리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며 "아무리 관공서지만 요즘에 카톡 대기(시스템)가 없는 곳은 거의 없지 않냐"라고 푸념했다.
그러나 오산시민은 한 동안 이 같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오산시가 최근 민원여권실 '순번대기 시스템(카카오톡) 구입'과 '환경개선공사' 사업명목으로 약 8100만원의 추경예산을 오산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추경예산 의결 당시 "시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각 사업에 대한 깊은 고민과 시급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해도 된다"고 말했다.
카독 대기시스템 뿐만 아니라 민원여권실 내 바닥에 나무데크를 없애 휠체어 진입 편의를 위한 환경개선공사 예산도 모두 삭감되면서 한 시민은 '역행 행정'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민원여권실 구조는 한쪽 바닥에 나무데크가 만들어져 있어 휠체어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민원실 관계자는 "카톡 대기시스템을 만들어도 종이표 순번을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며 "이번 예산을 본예산에 포함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로 인한 민원인 방문 수 증가 부분은 예상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해당 예산 삭감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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