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가 후폭풍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당초 강제 동원 해결 3자 변제 해법을 발표함으로써 일본 측이 '나머지 물의 절반'을 채워넣길 바랐지만,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만 매몰된 윤 대통령의 해법과 '통큰 외교'가 오히려 일본 우익들을 자극해 활동 공간을 넓혀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문제는 일본 우익들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독도 영유권' 문제다. 일본의 극우 언론인 <산케이> 신문은 29일 사설에서 일본 내각부의 한 간부가 "징용공 문제(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식 주장) 다음으로 다케시마(독도)도 착수해야 한다. 일한 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윤 정부 (임기) 내에 강하게 호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을 인용했다.
<산케이> 신문의 성향으로 미뤄봤을 때, 이같은 인식이 일본 정부의 '주류적 시각'이라고 보긴 어려우나, 일본 정부 내 우익 인사들이나 우익 언론이 독도 문제에 있어 강경론을 부각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5일 <요미우리> 신문 단독 인터뷰에서 나온 대통령의 한일 안보 현안에 대한 인식도 '화약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독도 문제가 간접적으로 언급된 바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당시 "일본 정부는 안보에 관한 중요한 3대 문서를 결정해, 반격 능력의 보유를 명시했다. 어떻게 볼까"라는 교묘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IRBM(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상공)를 통과하는 안보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의 조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를 명시한 3대 안보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 개정을 결정한 바 있다. 이 신문이 윤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에 담긴 '3대 안보 문서'에는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명시돼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일본 정부가 안보문서 개정안에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했다"며 "엄연히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일본 정부가 국가문서를 통해 노골적으로 도발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국내에서도 논란이 됐었다.
이처럼 일본의 '3대 안보 문서'에는 다양한 논란성 불씨들이 담겨 있는데 대통령이 이를 뭉뚱그려 "이해한다"고 섣불리 말해 버린 셈이다.
관련해 국내 외교 전문가들은 일본 내 우익들이 향후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과 '인식'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일본 우익들의 주장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일본에 '성의'를 보이면 그에 상응하는 '호의'가 돌아올 것이라는 취지로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의 '저자세 외교'가 오히려 일본 우익들의 활동 반경을 더욱 넓혀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창일 전 주일본한국대사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이 다음에 일본에 우익 세력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고, 한국에서는 반일 감정이 국민적 차원에서 고양될 것이기 때문에 심히 장래가 걱정된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얘기를 했는데 예상대로다"라고 말했다.
강 전 대사는 "일본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점점 우경화되고 있지 않나. 그리고 지금 (집권) 자민당도 그 세력들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면 거꾸로 우리가 통 크게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했을 때 이 사람들(일본 우익)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게 때렸더니 그냥 말 잘 듣는다' 이런 식으로 인식을 하게 돼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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