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현재 유엔에서 미국과 중국 간 세 대결이 가속화되면서 미국에 유리하지만은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29일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황 대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상당히 많은 이슈에서 세 대결이 있다. 미국에 꼭 유리하지 않은 무대다.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이 개도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과 태평양 도서국가, 카리브해 국가 등이 공동행동을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움직이면서, 예전에는 경제적으로 약한 국가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10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중국 정부가 위구르 족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별토론회를 여는 방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진 것인데 그게 현실"이라며 "유엔 193개국 중에 온전한 민주주의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국가가 몇이나 되겠나. 3분의 2 이상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안보리에서 (인권 문제를) 회의 하는 것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인권과 함께 미중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요한 사안 중 하나로 북핵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황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 중심으로 거론되는 주장이 지난 몇 년간 회원국들 사이에 퍼지면서 (미국도 북한도 잘못했다는) '양비론'이 있다"며 유엔 내에서도 일방적으로 북한의 잘못으로 논의를 끌고 가기 쉽지 않다는 점을 내비쳤다.
황 대사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배경으로 "중국의 국력이 굉장히 커졌고 트럼프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 한국 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요소들"을 거론했다.
그는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것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때문이고 2018~20년 북한이 의미있는 비핵화조치를 했는데 미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았고, 안보리 결의에는 제재도 있지만 대화를 하라는 점도 같이 명시돼있기 때문에 결의를 균형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의) 주요 논리"라며 "제가 보기엔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우리가 (이러한 논리에) 반박하기 시작했다"며 "국제여론전에서 세 대결 양상이 있다. 여론전에서 밀리면 외교에서 지는 것"이라고 말해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함께 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러시아·중국 간 갈등으로 사실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결의안은 커녕 가장 낮은 단계의 합의인 '언론성명'조차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을 확대하는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가 30년 전에 유엔 가입하자마자 안보리 개혁 논의가 처음 시작됐었는데 당시 입장이 지금 입장이기도 하다"라며 "우리는 상임이사국 확대는 반대하고 있다. 꼭 일본을 겨냥한 건 아니고, 상임이사국에 한 번 들어가면 국가가 바뀌어도 변경이 안된다"라며 구조적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상임이사국 확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실제 개혁을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넘 많다. 아직까지 걸림돌도 많다"면서 현 체제의 변화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국과 북한이 뉴욕 채널을 통해 접촉을 유지하고 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의미있게 가동되는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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