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대법원 판결의 이행에 일본 기업의 책임을 면제해준 윤석열 정부의 해법이 발표된 이후 일본 우익 일부에서 한국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27일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한 윤 대사는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우익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비판이 굉장히 많았는데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안보 문제를 중시하는 우익 세력들은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미우리 신문>이 한국에 대해 비판적이었는데 최근 몇 달 사이에 한일 협력을 강조하고 있고 <산케이 신문>도 칼럼이나 사설 등에서도 한국과 협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강제동원 해법에 관해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결단'이 일본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그만큼 정부 해법이 일본이 원하는 해결책과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물론 안보가 아니라 (일본의) 역사를 미화하는 우익들은 여전히 한국에 대한 그런(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기시다 정권이 조금 더 소신을 갖고 한일관계 개선을 진행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지도 않았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발표된 이후 사흘이 지난 9일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 출석해 강제동원 문제를 두고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불법성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하야시 외무상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일본 외무상 입장에서 그런 이야기 한지 모르겠으나 아쉽다. (한국) 정부가 해결하기 위해 이러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 우익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며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입장문 발표를 계기로 이 사안이 해결되길 바라고 있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4∼26일 18세 이상 일본 유권자 9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문 발표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응답이 21%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68%로 집계됐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데 대해 신문은 한국 내 여론의 반발 및 정권 변화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놨다.
한편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일본이 강제동원 문제에서 해결이나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일본 내 여론 및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내에 여론들을 보면 K-pop(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에 친근한 감정을 보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한국이 일본보다 더 잘사는데 너무 (과거사에 대해) 쫀쫀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응답이 나온다는 것"이라며 일본 내 여론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또 "우리는 잘못한 사람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일본은 미안한다고 이야기한 다음에 물에 흘려버린다는 말이 있다. 즉, 한 번 사과하면 그 이상은 사과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의 문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쉬운 것은 이탈리아와 독일 사이에도 징용문제와 관련한 법적 다툼이 있다. 그런데도 독일의 외교관들은 이탈리아 피해자의 추모 행사에 가서 사죄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일본은 그걸 안하고 있어서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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