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친(親)이재명 일색'이라고 비판받았던 주요 당직자들을 친문재인계·호남 출신 의원들로 대거 교체했다. 최근 당 내에서 분출된 인적 쇄신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당 내 통합을 이루고 내년 총선 승리를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총선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은 유임시킨 데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는 27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재선 송갑석 의원을 임명하고, 당 전략기획위원장에 재선 한병도 의원, 정책위의장에 3선 김민석 의원, 정책위 수석부의장에 재선 김성주 의원을 임명했다. 각각 임선숙 최고위원, 김성환, 김병욱 의원이 맡았던 자리다. 아울러 제3사무부총장인 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은 김남국 의원에서 초선의 박상혁 의원으로 교체했다.
대변인단도 개편했다. 수석대변인에 재선 권칠승 의원을, 여성 대변인으로는 초선 강선우 의원을 임명했다. 박성준 의원과 한민수 대변인은 유임됐고, 김의겸, 임오경, 김현정, 황명선 대변인은 사임했다.
사임한 임선숙 최고위원과 김병욱·김남국·김의겸 의원 등의 경우 대표적인 친명계이며, 새로 임명된 송갑석·한병도·권칠승 의원 등은 비명·친문 등으로 분류된다. 친명계에서 비명계로 물갈이한 셈이다. 호남 지역구를 둔 의원들(송갑석·한병도·김성주)을 대거 기용했다는 점도 이번 인선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박성준 당 대변인은 이날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인선에 대해 "이번 당직 개편은 통합, 탕평, 안정의 의미를 담았다"라면서 "당이 그간 내홍이 좀 있지 않았나. 큰 틀에서 통합이란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널리 실력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중용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번 인선 과정에서 '통합', '탕평', '안정'을 강조하며 "인사에 대해선 이게 중요하다. 이 세 축일 때 인사가 잘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에서 당직을 개편해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과 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등은 이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인적 쇄신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인적 쇄신 1순위'로 지목되던 조정식 사무총장은 유임되면서 갈등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변인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내년 총선을 위해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는 당의 살림을 꾸리면서 안정에 방점을 두는 (역할)"이라며 "5선 의원으로서 조정식 의원이 일을 잘해왔고 사무총장으로서 안정을 추구하면서 당내 화합의 당사자라는 그런 인물이라는 평이 나와서, 안정을 위해서 유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당직 개편에 대해서는 "이번에 대폭으로 했기 때문에 추가 당직 개편은 없는 거로 안다"며 "소폭 있다면 추가로 말하겠다"고 했다.
당 내에서는 기존 지도부의 친명계 색채를 덜어낸 데 대해선 높이 평가하면서도, 조 사무총장이 교체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계파 색채가 옅은 한 당직자는 "당직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무총장 자리인데, 사무총장을 그대로 두고 나머지만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다만 조 사무총장이 유임되더라도 일각에서 우려하는 비명계 의원들의 공천 불이익은 없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연구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정태호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사무총장은 공천에 있어서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거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전략기획위원장하고 민주연구원장이다. 거기에서 여론조사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임 당직 인선을 놓고도 일각에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된 김민석 의원은 과거 비명계로 분류되긴 했지만 이후 '사법 리스크' 국면에서는 이재명 지도부를 옹호하는 쪽에 힘을 실어왔다. 강선우 대변인은 지난 총선에서 금태섭 전 의원의 지역구에 '친문 자객' 공천을 받은 이로, 당시 '문파' 등으로 불린 친문 강성 지지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최근 당 내에서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친명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 의원들에 대해 항의 행동을 벌이고 있고 이 대표도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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