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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도시 개발 계획에 500년 이어온 '구종직 선생 사당' 없어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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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도시 개발 계획에 500년 이어온 '구종직 선생 사당' 없어질 판

'세종'과의 일화로 유명… 평해 구씨 종친회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끝자락에 감정사 포함, 대체 부지도 없어" 성토

"구종직을 종5품직인 홍문관 부교리에 임명한다."

문과에 올라 종9품 교서관 정자, 즉 하급 관원이었던 구종직은 숙직 도중 몰래 경회루 연못가를 산책했다. 경회루의 돌기둥과 연못이 천상선계(天上仙界)라는 소문을 듣고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어슬렁거리며 경회루를 돌아다니던 중 세종과 맞닥뜨린 것. 하지만 세종은 당황한 그에게 "경전을 외울 줄 아느냐"라고 물었고, 이에 구종직이 침착하게 '춘추' 한 권을 줄줄이 외우자 세종은 크게 기뻐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세종은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 구종직을 기존 종9품에서 종5품직인 홍문관 부교리로 임명했다.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에 위치한 안장사. ⓒ프레시안(박종현)

시흥문화원과 평해 구씨 종친회 등에 따르면 시흥을 대표하는 인물로 알려진 구종직 선생과 세종에 대해 전해지고 있는 유명한 일화다.

비록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이야기지만, 경회루와 세종에 대한 이야기를 꼽으라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일화다.

이러한 일화를 갖고 있는 구종직 선생의 묘는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에 위치해 있다. 이 묘를 관리하는 평해 구씨 종친회는 약 1㎞ 밖에 사당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묘를 찾아 관리하고 있다.

해당 사당의 이름은 '안장사(安長祠)'로, 종교건물로 분류돼 있다. 

사당의 명칭은 구종직 선생의 시호 ‘안장(安長)’에서 유래했다.

현재 시흥시 무지내동 산18-1 일대에 위치해 있다. 한식 목조기와집으로 지어졌으며 2개 동, 총 137.8㎡ 규모다.

비록 1994년 인근 군부대의 확장으로 인해 기존 무지내동 능안말 토란이마을에서 500m 떨어진 현 위치로 한 차례 옮겨지기는 했지만, 종친회는 매년 구종직 선생을 기리는 추향제 등 행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구종직 선생 545주기 추향제가 진행됐다. 이에 종친회는 안장사의 역사가 최소 545년 가량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에 위치한 안장사. ⓒ프레시안(박종현)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갖춘 안장사 일대가 최근 광명·시흥 3기 신도시로 개발을 앞두면서 안장사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종친회 측은 역사성 훼손 등을 우려하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안장사와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 사당 존치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 중이다.

종친회는 무지내동 일대 신도시 개발이 진행될 경우, 자칫 묘 인근에 새롭게 안장사를 세울 만한 공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입장이다.

종친회 관계자는 "광명·시흥지구 3기 신도시 조성 예정지 끝자락에 안장사가 걸려 있다. 자칫 묘만 두고 사당은 없어질 판"이라며 "신도시 조성 이후 별다른 개발을 진행해 이득을 취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500년의 역사를 갖춘 사당에서 구종직 선생을 계속 모실 수 있게만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반면, LH 측은 형평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자칫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LH 관계자는 "해당 사당은 향토 유적도, 경기도문화재도 아니다"라며 "현재 조성 예정지에 있는 많은 토지주들 역시 존치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이를 일일히 다 존치시켜주면 개발을 진행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상 모두 철거해야되는 사항이지만, 이러한 개별적인 민원에 대해 검토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며 "타 개발사업의 사례도 파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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