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멀쩡히 간담회에서 나눌 수 없나. 비공개로만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통보, 우리 삶에 대한 모욕처럼 느껴진다. 간담회 밖의 청년들의 삶을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라."(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고용노동부가 MZ세대와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당초 공개로 진행하려고 했던 청년 노조인 청년유니온과의 면담을 면담 직전 일방적으로 비공개 통보했다. 노동부가 비공개로 전환 통보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청년유니온은"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을 앞두고 SNS에서 진행한 '청년 노동자 의견수렴' 결과를 전달하겠다고 하자,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24일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어제(23일) 밤 오늘 오전으로 예정된 간담회 중 '청년 노동자 의견수렴' 결과를 전달하겠다고 노동부 측에 말씀드리니 갑작스레 공개 예정이던 간담회를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저희는 의견을 전달하는 것 뿐인데 왜 비공개로 전환하냐고 물었지만 다른 소통 없이, 언론에 전면 비공개로 전환되었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됐다"고 밝혔다.
앞서 주 69시간 확대를 골자로 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청년들의 비판이 거세자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릴레이로 청년세대의 의견수렴에 나섰다. 지난 15일 IT기업 3곳의 청년 노동자와 인사·노무 담당자를 만났고, 지난 22일에는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면담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10시 청년유니온과의 면담이 일부 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당초 노동부는 이날 일정을 언론에 배포하면서 "청년유니온와 간담회를 개최하여 근로시간 제도개편 등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고용노동부서울청에서 인사말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밤 9시 10분 경 고용노동부는 돌연 보도자료를 통해 청년유니온과의 간담회가 전체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언론에 공지했다. 고용노동부는 또한 당초 면담을 진행하기로 한 장소도 고용노동부서울청에서 '서울 인근'으로 변경하며 언론에 지정된 장소를 공지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오늘 원래 고용노동부서울청에서 간담회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간담회 40분 전인 오전 9시 20분경 노동부에서 연락이 와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진행하고 있는 회의 때문에 장소를 변경해야 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며 "그러면서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기다려 달라는 요청이 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저희도 바쁜 시간 쪼개서 이 곳에 왔다"며 "청년들의 의견을 모아서 약속된 장소에서 이것을 전달드리고자 한다"고 이 장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청년유니온은 이 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당초 약속 장소에서 장관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에는 투입되지 않던 경찰 병력이 갑작스레 고용노동부서울청 입구를 막아섰다. 고용노동부가 면담을 하자고 청년들을 초청했지만, 오히려 경찰 병력으로 입구를 막아서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장관은 10시 30분 경 청년유니온을 만나기 위해 고용노동부서울청으로 들어왔다.
청년유니온이 이 장관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의견 수렴 내용은 그동안 이 장관이 만나지 못했던 프리랜서, 30인 미만 사업장 등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였다.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새벽까지 일하는 날이 잦습니다. 법의 테두리가 있어도 무시하고 무리하게 업무를 강행합니다. 한가로울 때는 더 쉬게 해주겠다면서 몇달을 계속해서요. 대표는 업무추진구조 개선을 고민하지 않고, 근로자 삶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에 죄의식이 없습니다. 고질적인 관행입니다. 새벽 3시에 퇴근하려는 저에게 "벌써 가냐"고 묻던 대표의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이리도 당당하단 말입니까.. 직원들이 혹사하며 소화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당연하게 요구하고, 건강이 무너져가는데도 자기 젊을 때는 이보다 더한 것도 견뎠다며 업계 이해도가 부족하단 말로 개개인의 상황을 뭉갭니다. 직원의 말은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지켜지지 않는 52시간을 넘겨 더 긴 시간을 기업에 허용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이런 만행을 허용해주는 꼴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근로자 중심으로 고민해봐주십시오. ( 1993년생 이은진 님 / 30인 미만 기업 / 미디어-문화 직종 종사)
한달 기준 초과 근무 12시간 이상 근무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당시 집에 와서 쉬더라도 쉬는 느낌보다는 그저 다음날 일 할 정도의 체력만 겨우 비축하고 다시 출근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근무 시간에 일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스트레스성 질염, 위장염, 식도염을 달고 살았습니다. 일이 마무리 되고 나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일을 쉬고 있으면 제가 담당하는 사업은 진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업이 끝났을때 쉴 수 있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사업을 바로 진행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연차를 쓰면서도 눈치를 보거나 사업 진행에 방해가 안 되는 날로 골라서 쓰고, 연차 때 쉬기 위해 다른 날 무리해서 일합니다. 현존 방식대로도 맘 편히 쉬지 못합니다.(1996년생 새움 님 / 구직자)
당신들도 그렇고 사회도 애초에 저출생(산)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 알고 있는데, 주69시간 근로시간 개편(사실상 주80.5시간; 주6-7일 연장근무 체제)을 하면 저출생을 넘어 초저출생의 시대로 갈 것은 뻔한 일입니다. 어째서 저출생 극복을 운운하고 심지어 근로시간 개편이 저출생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유언비어까지 퍼트립니까? 양심에 털이 아니라 곰팡이가 낀 겁니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듣자하니 고용노동부 공무원들도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연장근무에 시달리는데 당신 부하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조차 없는 겁니까? 아이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키우게 만들 게 아니라, 아이 낳으면 부모가 책임지고 키울수 있도록, 청년들~나이 어린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책임지고 키울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1994년생 verdi 님 /100인 미만 기업 / 미디어문화직종 종사)
김 위원장은 "정부가 입법을 예고한 연장 근무 관리 기간 확대의 경우에 과로의 확률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지닌다. 따라서 폐기되는 것이 맞다"며 "노동 시간 기준이 주 69시간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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