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건강 읽기] 걷기만 해도 아픈 발목 방치했다간…놓치기 쉬운 '원위 경비인대 손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건강 읽기] 걷기만 해도 아픈 발목 방치했다간…놓치기 쉬운 '원위 경비인대 손상'

20대 초반의 갓 입사한 여성이 출근 길에 발을 접질러 지면에 디딜 때마다 아파 병원을 찾았다. 평소에도 간헐적으로 삐끗했던 적은 있어도 이렇게 아픈적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병원을 찾아 접수하고 대기하는 동안 발목이 부풀어 올랐다. 의사는 이 여성의 발목 딱 두 곳만 눌러 보고도 간호사에게 휠체어를 가져오게 한다. 병원 문턱을 들어선 이후로 중환이 되어가고 있는 이 여성은 어떤 진단과 처방을 받았을까?

엑스레이와 MRI 검사를 마친 뒤 이 여성은 발목관절 자체가 디딜 때마다 벌어지는 '원위 경비인대 손상'으로 진단돼 단순 깁스 처방을 넘어 수술까지 권유 받았다. 심지어 수술 자체는 간단하지만, 초기 일주일 동안 꽤 통증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다친 발을 디디는 것은 6주 이후 부터라는 설명까지 듣게 됐다.

▲우경제 원장. ⓒ삼성큰병원

여기까지는 정형외과 족부 및 족관절(발과 발목 관절) 클리닉 외래에서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실제 사례를 피상적으로 나열한 것이다. 발과 발목은 20개 이상의 뼈와 이를 연결해주는 100여개의 인대들로 구성된다. 그 중에는 손상이 되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깁스를 이용해서 고정 치료만해도 충분히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중요한 인대들이 손상되기 시작하면 발목이 떠 받치던 우리 몸의 체중이 고스란히 큰 충격으로 전환돼 연쇄 손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원위 경비인대 손상'은 이따금씩 발생하지만, 일반 정형외과에서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알아두는 것이 좋다.

발목은 안쪽으로도 바깥쪽으로도 꺾인다. 이때 가장 처음 손상 받는 인대가 바깥쪽 또는 안쪽 복사뼈 '끝쪽의 인대들'이다. 다행히도 대개는 여기서 손상이 끝난다. 심지어 부기도 조금 생기고 피멍도 들지만 당장 디디고 걷는 것도 가능하다. 다음날이면 더 괜찮아서 잊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복사뼈 밑단의 인대가 완전히 끊기면 발목을 한바퀴 돌면서 '충격'이 이동한다. 복사뼈 '끝' 주위 인대 이후로는 순서대로 발목 뒷쪽, 반대편 인대들을 손상시킨다. 노령에서는 보통 이 과정에서 뼈가 부러진다. 차라리 뼈가 부러지면 그것만으로도 환자들은 수술의 필요성을 납득하기 쉬워진다. 회복도 뼈를 치료했을 때 더 빠르다고 느껴질 수 있다.

십대 후반부터 장년층까지는 뼈가 잘 버티면서 '발목 위쪽 손상'(high ankle injury, 원위 경비인대 손상)이 발생하면서 일이 복잡해진다. 우리 발목은 경골과 비골이 서로 맞물려 발등 뼈를 담아주는 그릇을 형성한다. 두 뼈가 만나 이뤄지는 손목 관절과 상응한다(앞발과 뒷발). 이 맞물림이 손상돼 그릇이 넓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발을 디디기만해도 발등 뼈가 그릇 안에서 덜컹 거리면서 반복적으로 그릇인 경골과 부딪힌다. 이 과정 역시 통증을 동반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퇴행성 관절염'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부딪힘이 반복될 수록 연골이 뼈와 들뜨게되는 분리 현상이 결국 퇴행성 관절염을 일으킨다. 발목 연골은 우리 몸에서 단위 면적당으로는 가장 큰 하중을 견뎌야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발목 연골이 비대칭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통증 뿐만 아니라 다리 전체의 정렬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변형을 일으키기도 한다.

[반복된 발목 삠 / 원위 경비인대 손상] → [골연골 병변(발등뼈의 물혹, 연골 들뜸)] → [퇴행성 관절염(발등뼈의 모양 변성 및 연골의 소실로 뼈끼리 닿음)]

ⓒ삼성큰병원

문제는 관절염이 일단 생겨버리면 수술적 치료로도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은 모서리 부분에 물혹 같은 것이 생기다가 깨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곳을 긁어주고 새로 연골이 재생되라고 피를 내줘도(미세천공술) 각진 모서리 모양 그대로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결국 사회 초년생인 이 여성은 당장 수술이 무섭기도 하고,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았는지 깁스나 목발도 하지 않고 절뚝이며 회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침 이 여성 환자 다음으로 온 40대 여성도 거의 같은 경우였는데, 다음날 수술을 마치고 지금은 6주가 지나 디디면서 재활 치료 중이다. 그냥 돌아간 20대 여성은 아마 병원 문을 나선지 3개월 후에는 발목 안쪽이 아프다고 다시 병원을 찾을 것이 예상된다. 다만 그때는 우리가 치료할 내용이 더욱 복잡해지고 예후도 그리고 좋지 못할 것이다.

발목은 가장 쉽게 자주 다치는 관절 중에 하나다. 기억에 남을 정도로 심하게 다치는 경우도 일반일들 모두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 통증이 지속된다면 그것이 후회를 남길 상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족부 전문의를 찾아 보길 바란다.

※도움말: 삼성큰병원 대표원장 의학박사 우경제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