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미국 전략 폭격기 B-1B가 한반도에 전개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양측의 군사 행동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억제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킬 것이 요구되고 있다며 핵무력 강화를 시사했다.
20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 하에 지난 18~19일 이틀간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훈련이 "대규모적인 미국남조선(남한)연합군의 반공화국침략전쟁연습이 광란적으로 확대되고 미군 핵전략장비들이 대대적으로 남조선 지역에 투입되고 있는 긴장한 정세 속에서 단행되였다"며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따른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로 인해 실시됐다고 전했다.
또 통신은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공화국을 겨냥한 명백한 전쟁기도를 노골화하며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확대시키고 공격성이 짙은 군사행동을 남발하고 있는 적에게 보다 강경한 실전대응의지와 경고를 보내기 위한데 이번 훈련의 또 다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통신은 훈련이 핵타격 지휘체계 관리연습과 핵 반격태세에로 이행하는 실기훈련, 모의 핵전투부를 탑재한 전술탄도미싸일(미사일) 발사훈련으로 진행됐다며 18일에는 핵 반격 준비 전 과정이 신뢰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적절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둘째날인 19일에는 전술 핵공격을 실시하는 탄도 미사일 발사 훈련이 진행됐다며 이 미사일에는 "핵 전투부를 모의한 시험용 전투부가 장착"됐다고 밝혔다.
해당 미사일에 대해 통신은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발사된 전술탄도미싸일은 800km 사거리에 설정된 조선동해상 목표상공 800m에서 정확히 공중 폭발함으로써 핵전투부에 조립되는 핵폭발조종장치들과 기폭장치들의 동작믿음성이 다시 한 번 검증되였다"고 주장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적들의 반공화국침략책동이 날로 가증되고 있는 오늘의 형세는 우리의 핵전쟁억제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킬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핵무력건설의 중요방향과 핵무력의 전쟁준비에서 나서는 전략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우리의 핵무력은 고도의 임전태세에서 적들의 준동과 도발을 철통같이 억제하고 통제관리할 것"이라며 "뜻하지 않은 상황이 도래한다면 주저 없이 중대한 사명을 결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핵 억제력의 기하급수적인 증대를 언급한 배경에는 한미 양국의 연합 군사 훈련에서 핵을 탑재한 미국의 전략폭격기인 B-1B가 16일 만에 다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등 미국의 전략자산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19일 B-1B가 한반도 상공에서 한국 공군과 연합공중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B-1B 2대와 한국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미 공군 F-16 전투기 등이 참가했다.
또 이들 B-1B 2대는 동해 상공에서 일본과도 훈련을 실시했는데, 미국의 F-16 전투기 4대,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 전투기 4대 등과 함께 각종 전술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미일 3국 혹은 한일 양국의 공동 훈련은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1B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이 지난 16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발사한지 사흘 만이다. 이처럼 미국의 전략자산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유엔과 당사국인 한국 등이 이를 제어할 능력과 의지가 없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프리덤 쉴드'(FS‧Freedom Shield, 자유의 방패)가 이번주에 종료되고 북한도 훈련에 대해 직접적 공격을 하는 등의 고강도 행위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훈련 기간 중에 충돌이 벌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훈련에는 김 위원장의 딸인 김주애(추정 이름)가 또 다시 등장했다. 앞서 지난 16일 화성-17형 발사 때도 김주애는 김 위원장과 함께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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