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오르자 포장이 안 된 산길에서 누런 흙먼지가 날렸다.
흙 길에 박힌 돌덩이 탓에 바퀴는 들썩이고 차는 연신 이리저리 흔들렸다. 절벽 왼쪽 아래로는 영평천이 보였다.
‘투두둑.’ 층층이 쌓인 암벽에선 부서진 돌이 굴러 떨어졌다.
반대쪽에서 포터 트럭을 몰고 내려오던 강상필(58)씨가 손짓을 했다. “오른쪽으로 더, 더, 더 붙여요.”
돌이 떨어지는 암벽 쪽으로 내 차를 붙이자 강씨 트럭이 겨우 빠져나갈 만한 공간이 생겼다. 그는 창문을 내려 목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비좁은 비포장 흙길을 따라 올라가니 시커먼 동굴이 나왔다.
이곳은 경기 포천시 창수면에 있는 창옥굴. 입구 양쪽엔 ‘낙석’을 경고하는 푯말이, 그 안쪽엔 돌덩이를 막는 강판이 있다.
그런데 주민들은 이 강판이 보기 흉하다고 입을 모았다.
“7~8년 전인가. 시청에서 멋대로 만들어 놨어. 봐봐. 주변 경관하고 어울리나.”
그러자 또 다른 주민도 한 마디 거들었다. “예전엔 여기서 유명한 드라마도 몇 번 찍었다고. 그 땐 방문객이 많았지. 그런데 이제는 아무도 안 와. 시청 공무원들 진짜 정신 차려야 해.”
창옥굴은 사실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일본 제국은 1931년 포천시 창수면과 연천군 백의·전곡리를 오가고자 우리 조상들에게 망치와 끌을 줬다.
그렇게 만든 동굴이다.
하지만 현재 창옥굴은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쓰이지 못한 채 낙석 위험만 도사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최근 창수면 이장협의회가 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시는 23억 원을 투입해 정비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창옥굴로 향하는 비포장 산길을 아예 도로로 만들면 좋은데, 이게 농어촌 도로 최소 폭 기준(8.5m)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해당 산길은 주민 여러 명과 법인이 소유한 땅이어서 일일이 협의를 해야 한다”며 “일단 소유자들과 협의 절차를 거친 뒤 산길을 포장하고, 낙석 방지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동굴 입구 강판은 안전 문제로 철거하기 힘들다. 대신 인공 암벽을 만들어 안전 사고는 막고 주변 경관은 개선할 것”이라며 “동굴 안쪽 풍화 현상은 쇼크리트 공법(내부를 콘크리트로 입히는 것)으로 보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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