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품겠다'면서 자기들 안위만 보전하려 하니 답답합니다."
최근 전세계약 만료로 전세금 보증보험 신청을 위해 지난해 12월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 소속 서울동부관리센터를 찾았던 A씨는 보험 담당자로부터 막연한 말을 들은 뒤부터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신탁계약 상 누구를 임차권등기 상대방으로 기입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자문을 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한 것. A씨는 아직도 보험 신청 가능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A씨는 2020년 11월 23일 은행으로부터 대출한 전세 보증금 3억2000만 원으로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를 얻어 이사했다.
이듬해 1월 6일에는 수원에 위치한 HUG 지사를 찾아 24만 원 가량을 내고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혹시 모를 전세 보증금 사고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당시 등기부등본상 주택 소유자가 바뀌면서 시작됐다. 2021년 5월 18일 등본상 소유자가 변경됐고, 결국 지난해 10월 18일에는 신탁원부상 수익자와 수탁자, 위탁자의 서명이 담긴 전세계약 만료 확인 문서를 받았다.
복잡하게 얽힌 신탁관계가 드러나자 지난해 11월 24일에는 전세 대출을 진행했던 은행으로부터 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다. 다행히 해당 은행에 수익자, 수탁자, 위탁자의 서명이 담긴 확인서를 제출하자 올해 5월 22일까지 조건부 대출을 연장해줬지만, 더 이상의 연장은 불가하다는 말을 은행측으로부터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그간 수탁자와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수익자가 결국 내 회사다. 위탁자는 내 가족"이라며 "전세 보증금을 줄 여력이 없다. 보증보험을 통해 받으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HUG 측은 현재까지도 임차권 등기 설정까지 보험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A씨는 4개월 가까이 보험 신청을 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A씨가 최초로 HUG 서울동부관리센터를 찾은 뒤 2주 가량이 지난 올해 1월 4일에는 '명절이 지나 법률자문을 받은 뒤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급함을 느낀 A씨가 자체적으로 법률자문을 받겠다고 했지만, HUG 측은 "우리 측 법률자문이 우선이다"며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결국 A씨는 같은 달 26일 센터 담당자로부터 "법률자문 결과가 서로 상이해 상위기관에 질의해야 한다"며 "질의응답 기간은 2달 정도 소요된다. 보증 보험 신청 가능 기간은 최대한 빨리 잡아도 5월 중순이나 말쯤"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HUG에서 운영하는 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불구, 은행 대출 만기일까지도 보험 신청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답변에 A씨는 절망에 빠졌다. 자칫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심지어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이미 대출 연장으로 인한 대출이자가 50% 상승해 있는 상태다. 지난해 미리 봐두었던 새로운 집에 대한 계약이나 아이가 새롭게 다닐 예정이었던 어린이집 등원 일정조차 모두 무산된 상황이다.
A씨는 "HUG는 애초 전세금을 반환해 주지 않은 임대인의 잘못이라는 입장. 맞는 말이지만, 그 사이에 저의 가정만 불안함을 느껴야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보험으로 인한 보증금 반환도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하지만, 언제 가능할지 확신조차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가정의 거처 문제가 달린 일임에도 불구, 문제 해결을 위한 상황 공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HUG 측은 "보통 1~2달이면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지만 A씨의 경우 신탁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법률검토가 오랫동안 진행됐다"며 "이와 비슷한 신탁관계로 인한 임차권 등기 설정이 이뤄진 사례가 없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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