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정부는 '일'을 집중해서 하고 '쉼'도 집중해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는데, 한 번 짚어보자.
'일'과 관련해 정부안은 현재의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최대 연장 12시간)'의 틀을 유지하되 연장 근로의 단위를 현재 '주'로 되어있는 것을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1주 최대 12시간 단위로 제한되던 최대 연장 근로시간을 월 총 52시간 등 총량으로 계산해 특정 주에 집중적으로 근로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얼마나 집중해서 일하게 되나 계산해봤다. 정부안대로라면 일을 마치고 다음 일하는 날까지의 11시간의 연속 휴식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중 13시간이 남는다.
또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을 보장해야하므로 13시간에서 1.5시간을 빼면 남는 근로시간은 11.5시간이다.
일주일에 하루를 쉰다고 가정하면, 주당 69시간(11.5시간×6일)을 일하게 된다. 이는 2018년 시행된 주52시간 근로 상한제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근로시간 정책은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과로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1년에 일하는 시간은 2021년 기준 1928시간으로 OECD 국가의 평균인 1617시간보다 무려 39일 더 일한다.
앞서 2010년 노·사·정 및 국회에서 2020년까지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점차적으로 줄이기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후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2018년 주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가 시행됐다. '과로사'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쉼', 길고 편안한 휴식은 모든 노동자의 바람이다. 정부는 노동자가 휴가를 모아서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해 놓고 연차휴가에 더해 장기 휴가를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도 '한 달 살기'도 가능하다고 정부 당국자는 이야기한다.
정부의 설명처럼, 오랜 기간 잘 쉴 수 있을까? 현실의 연차휴가 사용 때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적용되는 실정이다.
대기업 노동자의 70%정도가 연차휴가를 쓰고 있는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1년에 평균 6일 정도의 휴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 노동자는 마음만 먹으면 한 달 휴가를 갈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의 '한 달 제주살이'는 먼나라 얘기다. 대체인력이 없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장님과 동료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한 달간 휴가를 쓸 수 있는 간 큰 사람이 누가 있을까.
결국,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간의 '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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