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가 수도 민스크 인근의 비행장에서 러시아제 군용기가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미 중앙정보국(CIA)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가 러시아 지원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건을 날조했다고 반박했다.
7일(이하 현지 시각) 벨라루스의 뉴스통신사 <벨타뉴스>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달 수도 민스크 인근에 위치한 마출리시 비행장에서 러시아제 군용기를 공격한 20여 명을 구금했다며 이날 관련 경위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벨라루스의 반체제 단체인 '비폴'은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제 조기경보기인 베리예프 A-50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해당 군용기가 상당 부분 손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 군용기를 공격한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했는데, 우크라이나 보안국인 SBU와 미 중앙정보국인 CIA가 배후에서 준비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여권을 가진 러시아 국적자인데, 2014년에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 고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테러범들이 러시아 여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벨라루스에 쉽게 진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우방국이기 때문에 양국 국경 관리가 엄격하지 않다는 점을 이용, 이들이 러시아 여권을 활용해 국경을 넘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격을 받은 A-50 군용기에 대해 "벨라루스 영토에 있는 러시아 항공기가 아니다"라며 "러시아 대통령에게 벨라루스 국경의 경계를 주시하고 특정 기술을 연습할 수 있도록 공군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 항공기는 우크라이나 영토로 날아간 적이 없다. (벨라루스의 인접 국가인) 폴란드나 리투아니아의 국경에도 접근하지 못했다"며 러시아를 후방에서 도와주거나 지원해주기 위한 군용기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며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군용기 공격과 같은) 이런 작전은 국가 지도자와 총사령관의 허가 없이 진행될 수 없다"며 "나는 우크라이나가 평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젤렌스키가 그의 나라를 걱정한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쓰레기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양국 사이 문제들을 피하기 위해 불가침 협상을 하길 원했다면서, 그런 와중에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나는 우리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유엔기구의 보호 아래 협정에 서명하자고 했고 당신(젤렌스키)은 나의 진술을 모두 들었다. 그러는 동안에 우리는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벨라루스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의도 하에 미국이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를 전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시를 받아 우리를 전쟁에 개입하게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미 유럽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에 우리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실수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벨라루스는 지난달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자국이 공격을 받을 때만 참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방국으로,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넘어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 왔다. 실제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다.
벨라루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벨라루스가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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