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폭으로 떨어졌다던 2022년 연간 주택매매가격의 하락폭은 1.8%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이후 10년만의 주택가격 하락이나 2022년(15%)과 2021년(8.3%) 인상폭을 생각한다면 미미한 수준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5일 발표한 ‘KB 부동산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 5개 광역시 중 매매가격 지수가 상승한 지역은 광주가 유일했다. 이마저도 4분기 기준으로 보면 전국 모든 지역이 하락했다.
하락폭은 -2.7%를 기록한 수도권이 -2.2%를 기록한 5개 광역시보다 컸다. 5개 광역시 중에는 대구(-5.2%), 대전(-4.4%)이 크게 하락했다.
급매 거래되면서 전체 주택가격 떨어졌다는 착시효과
매매가격 하락세는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됐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주택매매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주택 경기 하락 조짐을 보였다. 주택매매거래량은 2021년 9월을 기점으로 감소로 전환해 2022년 전년 대비 약 50% 감소했다. 특히 2022년 7월 이후에는 월평균 거래량이 약 3.3만 호에 불과할 정도로 크게 줄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직전 5년간의 월평균 거래량이 약 8.2만 호였다.
주택매매거래량은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 가격 하락 우려 등으로 인한 수요 위축에도 매도자의 희망 가격이 크게 낮아지지 않으면서 감소하기 시작했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거래 희망가격에 대한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2022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거래 위축은 더욱 심화되었다.
매도 호가가 낮아지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나 거래는 소위 '급매'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일부 가격을 낮춘 급매 매물이 매매되면서 전체 주택가격이 떨어졌다는 착시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22년 전국 아파트 가격은 3.12% 하락했으며, 이 중 가격이 20% 이상 하락한 아파트 비중은 전체의 6.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체 아파트의 43%는 가격대를 유지하거나 상승했고, 21%는 0~5% 하락하는 데 그치는 등 전체 아파트 63%는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가격 급락 아파트가 주택매매가격지수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0.86%p에 불과하며, 이들이 주택시장 전체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소는 "금리 상승과 매수 심리 위축,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주택시장 내 관망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단기간 주택가격 하락세가 전환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다만 일부 주요 아파트의 가격 급락, 주택시장 내 하방 경직성, 안정적인 가계 대출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전체 주택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 대다수 "올해 주택가격 하락할 것"
실제 부동산 전문가들이 올해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주택가격이 장기간 과도하게 상승한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주택매매가격 전망을 묻는 질문에 중개업자의 96%, 프라이빗뱅커(PB)의 92%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작년 12월 12일부터 26일까지 건설·시행·학계·금융 등 분야의 부동산 전문가, 전국 중개업자, PB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주택 가격이 오르는 시기는 중개업자의 53%, 전문가의 45%, PB의 47%가 2024년을 꼽았다. 오는 2025년에 반등한다는 전망의 비율(각 29%, 34%, 40%)은 2024년보다 다소 낮았다.
올해 주택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수도권 중개업자의 35%, 전문가의 26%가 하락 폭으로 ‘5% 이상’을 예상했다. 비수도권의 경우 “5%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답한 비율(중개업자 36%·전문가 39%)이 수도권보다 높았다.
올해 주택 경기가 좋을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서울과 경기를 꼽은 반면, 가장 위축될 지역으로 대구와 인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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