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만나 한일 간 협상 경과를 설명했다. 외교부는 피고인 일본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는데, 원고의 유족인 한 참석자는 자신의 아버지가 돈 때문에 이 소송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박진 장관은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강제동원 피해 배상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원고 및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중인 원고를 만나 한일 간 협상 경과를 설명하고 원고 측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만남에 대해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인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만남 이후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에서 (이번 만남을) 설명 절차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서 이를 설명회로 지칭한 것은 정부의 확정 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임 변호사는 70여 분 동안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 40여 명의 원고 또는 원고측 유족 및 상속자 등이 참석했으며 박 장관은 강제동원 해결 방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고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고령의 피해자들에게 마냥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에 따르면 박 장관은 "지금 한국이 대담한 한걸음을 내딛는 상황에서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을 요구하고 있고, 장관이 참석한 오늘 이 자리는 이번 정부가 이 문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이해해달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에 참석한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구체적인 정부 안에 대해 언급했는데, 임 변호사에 따르면 서 국장은 "사과를 어떻게 받을지 논의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이날 설명회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임재성 변호사는 "이번 정부의 해결 의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원고분들도 분명 계셨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피고인 일본 기업이 아닌 한국과 일본의 다른 기업들이 참여하는 대위변제 또는 중첩적 채무인수 등의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이러한 안에 찬성하는 원고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 변호사는 "미쓰비시와 관련해 소송 확정된 원고의 자녀분은 원고가 사망하셔서 상속을 받았는데 한국 정부의 안은 구걸하는 것이라고 하셨다"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그 자녀분은)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의 피해뿐 아니라 강제동원으로 피해를 입고 사망하신 분들의 대표이기 때문에 돈으로 아버지의 판결을 없애려는 절차를 부끄러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참석자 중에는) 한국 정부가 사과해야 하고 일본의 배상을 어떻게 받을지에 대해서 우리와 같이 작전과 전략을 짜야지, 우리 판결을 없애려고 하는 건 아니다 라며 호되게 비판한 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설명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해법 발표를 조속히 마련하도록 하겠다"면서도 그 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당초 박 장관은 오늘 1~2일 인도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한일 외교장관 간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하야시 일본 외무상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한일 간 이 문제를 두고 다소 정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박 장관이 G20에 참석하지 않고 한일 간 협의가 없는 상황이라 원고들을 만나는 시간을 만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설명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박 장관의 참석을 이날 오후 1시경에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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