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거 이름도 없이 노가다꾼으로 일했다. 안전은 무시되고 불법다단계 하도급으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이판사판 공사판에서 일했다. 이제 그런 현장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건설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지칭하며 범죄집단을 연상시키듯 "뿌리뽑겠다"고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건설 노동자들은 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28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주최측 추산 조합원 4만6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노조 탄압 규탄, 윤석열 정권 심판' 결의대회를 열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정부서울청사, 경찰청, 종각역 앞에서 지부별로 사전집회를 연 뒤 세종대로에서 진행되는 본집회장을 향해 행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상위 1퍼센트 부자, 재벌에게는 세금을 깎아 주고 '영업사원'을 자처한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권리는 박탈하고 서민의 생계는 파탄내고 있다"며 "이는 법치가 아니라 '폭치'이고 공정이 아니라 불평등"이라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뿌리 뽑아야 할 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이 아니라 불법을 조장하는 건설자본과 집값을 밀어올리는 투기자본"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관심 갖고 들여다봐야 할 것은 노동조합 회계가 아니라 국민들의 고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민주노총은 이미 7월 총파업을 결정했다"며 "정권의 전면적인 탄압이 자행되면 언제라도 즉각적인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도 "윤석열 정권과 관료들의 치졸한 세치 혀로 건설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의 조폭'으로, 건설노조가 '건폭'으로 매도됐다"고 개탄하며 정작 정부가 제 눈의 대들보는 못 보느냐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아들의 학교 폭력을 변호해 논란이 된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내정자를 언급하며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국가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온 나라를 검찰 독재로 만드는 '검찰 폭력', '검폭'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건설노조는 건설 노동자의 생존권이고 버팀목"이라며 "건설현장의 주인은 건설노동자임을 당당히 선언하고 더욱 깊이 현장 속으로 들어가 건설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겠다는 결의를 모아내겠다"고 했다.
건설노조는 △주52시간 초과근무 거부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작업 요구 금지 및 위반 사업장 고발조치 △성과급(월례비) 대가로 장시간 노동자 위험작업 강요하는 관행 중단 등을 건설사와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에게 불법 행위를 저지를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예고하고, 100여 개 부대를 인근에 배치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했지만,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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