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이제이'로 중국 '날개' 꺾는 바이든, 종점은 아무도 모른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이제이'로 중국 '날개' 꺾는 바이든, 종점은 아무도 모른다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이해하기] ③

초점은 미중 경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 만에, 바이든은 5억 달러의 지원금을 들고 5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았다. '장기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어서 미 국무부도 크림반도 확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국은 미국이 이 전쟁의 최대 수혜국이라고 본다.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300억 달러를 군사 지원한 미국은 지원 확대에 나섰다. 탱크 지원에 이어 전투기 제공 얘기도 뜸을 들이는 중이다. 소모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 전쟁은 돈으로 하는데, 미국은 1위 기축 통화국, 찍으면 돈이 되는 마술의 나라다. 여기에 '강달러'도 힘을 자랑한다. 금융황제 앨런 그린스펀도 빌 클린턴 대통령도 외쳤다. '미국은 해피하다!'

그러나 전쟁의 나라 미국에서도, 일반 여론이나 야당 반응은 별로다. 그들은 이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 해소나 인플레 진정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여기저기 평화 시위가 나타나고, 독일에서는 50만 명이 반전 서명을 했다. 독러 양국의 해저 가스관 노르드스트림이 폭발하자 미국 가스 업체들은 대박이 터졌다. '70년 만에 에너지 패권을 탈환했다'고 흥겨워한다. 서방은 이 폭발이 ‘러시아 짓’이라고 비난했지만, 미국의 베테랑 기자 시모어 허시는 ‘미국의 짓’이라고 세세히 폭로했다(허시는 베트남전쟁 당시 미라이 학살을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왜 바이든은 우크라 전쟁에 매달릴까? 푸틴 굴복이 일차 목표라면, 중러 협력 차단은 2차 목표다.

중국은 어떤가? 우크라이나 전쟁 초부터 중국은 '거리 두기'로 일관해왔다. 패권 수호가 미국의 지상과제라면, 중국의 지상과제는 ‘경제 발전’이다.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가 중국엔 '진정한 적도, 진정한 친구도 아닌', 그러나 '중요한 경제 파트너'다. 중국엔 모두가 시장이다. 미국의 '반중국 전략'도 역이용 대상이다.

시진핑은 지난해 바이든을 만난데 이어 곧 푸틴을 만난다. 두 정상은 러시아의 '3대 핵전략'과 중국의 '900개 핵증강 계획(2030년 목표)'도 논할 것이다. 미국의 집요한 제재에도, 지난해 중국의 대외무역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6조3024억 달러(흑자, 8776억 달러)를 달성하여 세계 1위 무역대국임을 재확인했다(중국 해관총서 발표 기준). '반중국'을 뒤쫓는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의 지난해 대중국 무역 규모는 조금씩 내려앉았다. 그러나 미국을 보라. 지난해 미중무역은 6906억 달러로 6% 증가했으며 그중 미국수입은 5368억 달러다(미 상무부). 그 의미를 음미해보라.

바이든의 반중국 전략은 간단하다. 중국 제재와 함께 중국 부상을 돕는 날개들을 꺾는 것이다(중국 협력은 월스트리트 몫이다). 이 노회한 '날개꺾기' 작업에 '동맹 전략'이 동원된다. 지금 중국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들은 모두가 '미국의 동맹'들이다. '동맹 전략'은 '동맹'을 앞세워 '동맹'을 통제하는 것이다. 즉, '동맹전략'은 '이이제이(以異制異)' 전략이다. 거기에 '중국 제재와 미국 투자'가 이어지고, 그 뒤편에는 '미국우선주의'가 있다.

▲폴란드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의 동맹전략, 중국 부상의 '날개 꺾기'

러시아가 중국의 군사 전략적 측면에서 날개 역할을 하는 것은 미국에 위험하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브레진스키는 이점을 그의 '위대한 체스판'에서 강조했다. 러시아가 중국의 '군사 전략적 날개'라면, 동아시아 지역은 중국의 '경제적 날개'다. 그 중추는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 등 '동아시아의 친미 동맹'들이다. 이들은 이 지역을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동력이기도 하다. 노회한 미국의 딜레마이자 기회가 잠재되어 있는 지역이다.

오랫동안 미국은 러시아와 동아시아 양 날개에 차가운 눈길을 보내왔다. 지금 작전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동아시아 '반중국 친미 동맹'의 여러 세트를 컨트롤하는 데 있다. 동아시아 각국은 이런 미국의 매서운 눈매를 살피며 '동맹 찬가'를 외친다. 그리고, 거기에 놓칠 수 없는 중국시장이 있다. 미국과 각을 세운 러시아는 지정학적 보완구조에 새삼 눈을 뜨고 중러의 장기적 유대에 배팅한다. 시진핑과 푸틴의 정상회담도 곧 다시 열린다. 중러 협력이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것이다.

우리 한국은 이처럼, 중국의 시장 에너지와 미국의 '날개꺾기 동맹전략' 사이에 서 있다(일본, 호주, 대만도 같다. 단, '분단'이 다르다). 어려움은 양국의 노회하고 헛갈리는 전략에서 비롯한다. 협력과 대결의 '이중' 게임 종점은 아무도 모른다.

작금 그들 관계의 어둡고, 노회한 뉴스가 들어왔다. 미국 기업과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기묘한 방식이 노출된 것이다. 미 정부는 눈을 감아준다(WSJ). 우리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재를 감안하면 아연실색할 일이다.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은 애플을 위해 삼성전자가 승소한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포드와 CATL, 기술 라이선스 방식의 100% 자회사 배터리 공장을 북미에 건립 합의(2023.2)

(SK이노베이션은 이미 포드와 배터리 투자에 합의했었다.)

-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미국의 수출 규제 우회하여 중국에 칩 수출(2022.11)

(한국 기업도 이런 방식으로 우회 수출이 가능할 것인가?)

- 인텔, 엔비디아 등은 중국의 최고 핵무기연구기관(CAEP)에 지난 2년간 고성능 반도체 상당량 공급 (2023.1)

노회한 미중 양국 관계에 역대 한국 정부들은 어떻게 대처해왔는가를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어이없는 시행착오들(졸저,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 참조)을 범했으나 인식은 우물 안을 맴도는 수준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지나온 50년과는 크게 다르다. 안보 상황도 어렵지만, 경제는 최악의 수출 부진과 경기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정치판은 정쟁에 파묻혔고, 사회구조의 심각성도 빨간 불이다. 졸지에 달성한 선진국 문턱 진입에 뒤따르는 혹독한 대가를 직시해야 한다.

최근 순항 미사일을 실험 발사한 북한은 "미국이 적대적인 관행을 이어가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내뱉었다. 치닫는 '남북 적대'는 '평화 염원'을 짓밟고, 국민을 '분단 중독'으로 밀어 넣는다. 분단은 내내 열강의 꽃놀이패로 활용되어왔다. 분단을 해소하고 '동서 교류의 십자로'로 향하는 게 유연한 자세다.

우리가 중러 협력을 주시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글로벌 격변의 미래를 가늠하는 데 주요 변수이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다시 중러 과학기술 협력을 소개한다. 지난번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어, 슈퍼컴퓨터와 우주 분야 등을 소개할 것이다. 우리 한국을 글로벌 중심에 놓고 보는 시각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계속)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한광수

1979년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중국경제 연구를 시작했고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96년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주중 한국대사관과 한국무역협회, 그리고 SK, 한솔제지, 현대건설 등의 현지 고문으로 일했다. 주요 저서로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2019년), <미중 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중화경제권시대와 우리의 대응> 등이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