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에 난방비, 전기료, 택시비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하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가계가 곤궁에 내몰리고 있다. 말 그대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이런 와중에 각종 언론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도 마뜩잖다. 그렇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접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경제계 인사 관련 뉴스를 하나 짚어보고자 한다.
구현모 KT 사장의 거취 문제 얘기다. 당초 연임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혀온 그가 돌연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들을 종합하면, KT 이사회가 지난해 12월 28일 구현모 KT 대표를 단독후보로 낙점하자 같은 날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장이 KT 이사회의 후보 선정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후 대통령도 KT를 비롯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제기하는 등 구현모 대표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가해졌다.
결국 구 대표가 백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 23일 차기 대표 후보에서 사퇴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여기서 필자는 국민연금의 '역할'에 주목하고자 한다. 국민연금은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KT 지분 10.13%를 보유한 1대 주주로서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관투자자로서 주주권 행사를 위한 원칙과 지침을 기초로 해야 한다.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따라야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영국 등 많은 선진국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마련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제 적용하기 위한 세부 기준과 절차, 즉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수립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12월 27일 본부장으로 취임했고, 이튿날인 28일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를 차기대표로 낙점한 것을 두고 절차상 투명성을 문제삼았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강변이다.
이는 엄연한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에 해당한다. (기금운영본부장 주장대로) 그러려면,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상 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과 투자목적 변경 공시가 필요하고 ①대상기업 선정 ②비공개 대화 ③비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④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⑤주주제안의 5단계를 거쳐야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개입은 기금운용본부장의 대언론 메시지로 이뤄졌다. 그것도 취임 하루 만에….
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과 투자목적 변경 공시가 이뤄졌다는 보도는 없고, 절차를 따랐다는 보도도 없다.
국민연금이 KT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지적하면서, 정작 국민연금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이같은 국민연금의 KT에 대한 비정상적인 개입이 포스코 등 다른 소유분산기업과, 국민연금이 투자한 일반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인사개입의 서곡으로 보여지는 것은 필자만의 우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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