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이른바 '부산판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법원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 전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박모 전 부산시 정책수석은 징역 1년, 신모 전 부산시 대외협력보좌관에는 징역 10개월에 모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오 전 시장 등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 오 전 시장이 취임한 후부터 시 공무원들을 통해 시 산하 25개 공공기관 기관장 등 임원 40여 명에게 강압적으로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박 전 수석과 신 전 보좌관은 당시 시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사직서 제출 종용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했으나 오 전 시장은 "보고나 사직 수리와 관련해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박 전 수석은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 전 시장의 의중이나 결정, 지시없이 진행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의견서를 통해 밝히고 있다"며 오 전 시장의 지시하에 사직서 제출 종용 등의 행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부산테크노파크, 부산경제진흥원 임직원 사직서 제출에 대해서는 당시 상황을 고려해 혐의가 입증되기 어렵다고 보고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기와 신분이 보장된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일괄 사직서를 받고 나아가 의사에 반해 직을 상실하게 하는 구시대 발상은 사라져야 한다"며 "전임 시장이 했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 없다. 오거돈 전 시장은 부산시장으로서 최고 책임자로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 어겼다는 것에 엄정한 책임을 안 물을 수가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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