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국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배상 판결 이행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외교적 해결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피고가 아닌 제3자가 배상 판결을 이행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양금덕 할머니는 피고인 일본 기업 대신 한국과 일본의 다른 민간 기업들이 참여해 기금을 만들고 이를 배상 판결금 대신 지급하는 것에 대해 "잘못한 사람 따로 있는데"라며 "여러분들한테 동냥해서 (판결금을) 받기는 싫다. 여러분이 사죄 받도록 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쓰비시 가서 고생한 일 생각하면 일본놈들은 다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라며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이 한을 (가지고) 살 수가 없고, 여러분들 노력해서 사죄를 좀 받게 해달라. 꼭 부탁드린다. 이렇게 죽기는 너무 억울하다"라고 호소했다.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는 달리 이 문제는 피해자들이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면서, 정부가 위안부 합의 때 당사자였다면 이 문제에서는 '제3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문제 해결에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 임 변호사의 판단이다. 그는 "외교부를 대표로 하는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지나치게 지금 조바심을 내고 있고 속도감을 강조하고 있다"며 "2월 13일 일본제철 소송의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와 외교부 국장 그리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심규선 이사장과 면담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는 "외교부가 대리인들에게 요구해서 원고들과 한국 외교부가 만나서 직접 협의하는 과정 및 검토하는 안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을 시작하고 있다. 또 2월 28일에 최대한 많은 원고분들이 모이셔서 외교부와 면담하기로 예정 돼있는데 그 과정에서 외교부가 계속 일정을 당겨 달라, 그전에라도 개별적 면담하고 싶다는 요청을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2월 28일 피해자들과 만나기로 한 곳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설명하고 질문 있으면 답변도 하고 저희(소송대리인)도 배석해서 하기로 해놨는데 왜 그 사이에 대리인에게 별도 연락 없이 피해자들을 만나야 하는 그런 급한 일이 있는지, 그리고 급한 사유가 있다고 왜 설명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며 외교부가 조급해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일본과 빠른 해결을 추진하고 정부 안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에게는 일방적으로 판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탁하는 방식으로 사안을 마무리하려는 것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 공탁의 무효, 부당성을 주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 설사 정부가 그러한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법적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 변호사는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이행은)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서 공탁 (같은 방식)으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장기간 법적 분쟁이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2월 말이든 3월 말이든 자기들이 설정한 속도나 일정에 맞춰 이렇게 밀어붙일 일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모두 사과를 원한다. 또 피해자 중에서는 지금 정부안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시는 분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그분들 역시 사과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라며 "그런데 일본이 했던 과거 담화를 계승하는 것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사과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임 변호사는 "대리인으로서 최소한 이 문제에 있어 일본의 사과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으려면 과거 담화를 재확인하는 수준은 당연히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에 참여했던 지원단과 대리인단은 피해자 의사를 정확히 확인하고 법률적 지원을 할 것이다. (피해자 중) 어떤 분이 (정부의 안에) 합의한다면 그런 절차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반대하는 피해자 있다면 그를 지원할 것"이라며 "피해자분들 각자의 경제적 상황, 나이, 소송 해왔던 시간, 피로도, 사회적 주목도 등에 따라 결단 내리면 우리는 (대리의) 본질에 따른 조력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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