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의 각종 불법 행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노동계와 시민단체, 정치권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전국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본부는 14일 오전 부산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이 이제는 습관처럼 압수수색을 자행하며 탄압 수위까지 높이고 있다"며 "정작 사실은 왜곡하면서 폭력적인 압수수색을 강행한 정부와 경찰을 규탄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부산 남부경찰서는 전날 오전 9시부터 5시간가량 부산 동구 민주노총 부산본부 건물에 위치한 건설노조 부산울산 건설기계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노조가 복지기금 명목으로 레미콘 업체에게 금품을 요구하며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70년대식 공안몰이라고 주장하며 복지 기금과 관련해선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레미콘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고자 2019년 노조에 가입해 2020년 부산시 중재로 사측과 임단협을 체결했다"며 "복지 기금은 안전 관리, 고충 처리 등을 위한 타임오프제를 노조에 제공하기 어려운 사측의 입장을 반영해 최소한의 발전 기금으로 대신하기로 협약서에 명문화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건설 현장의 불법을 근절하겠다'면서 정작 건설 현장에 만연한 불법 하도급, 수주 비리, 입찰 단합이나 저임금 장시간 중노동, 임금체불, 산업재해는 가만히 놔둔채 건설노조 때리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며 "노사 합의서에 명시된 복지 기금도 '사측으로부터 갈취한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압수수색도 정당한 법 집행이라 강변하고 있지만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무엇 하나 맞는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노동계에 이어 정치권도 정부가 노동권을 침탈했다고 주장하며 잇따라 규탄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정의당 부산시당은 "경찰이 압수수색 이유로 밝힌 레미콘 노조의 복지 기금 문제는 2020년 부산시가 중재하고 작성된 레미콘 운송노조 노사상생협약안 합의서에 명문화된 내용이다"라며 "레미콘 노동자의 복지 기금이 불법이면 노사 합의를 중재한 부산시는 불법 조장 브로커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만약 복지 기금이 불법이라면 경찰은 부산시에 대해서도 당연히 압수수색을 단행해야 형성에 맞는것이다"라며 "산업 현장의 불법 정상화를 이유로 정부와 경찰이 오로지 노조에 대해서만 불법과 비리를 자행하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무리한 공권력을 남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진보당 부산시당도 "경찰이 불법적으로 건물 안에 진입하고 계단에서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밀치며 위험천만한 상황이 계속됐지만 압수수색은 멈추지 않았다"라며 "불법으로 얼룩진 건설 현장을 투쟁으로 바꿔온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노동자들과 정부의 전면적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규탄했다.
한편 지난달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 3대 개혁중 노동개혁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부는 국가보안법 수사와 경찰의 건설노조 압수수색 등 전방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노동계도 오는 5월 노동자 총궐기와 7월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정부의 노동개혁 과정에서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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