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 성명을 채택하려 했으나 두 국가 때문에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미국의 소리> 방송은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대변인이 북한 ICBM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 성명과 관련한 질문에 "실무 수준 협상에서 2개 이사국이 관여를 거부해 의장 성명은 추진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의장 성명 무산에 대해 미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가 반대한다고 밝히지는 않았으나,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침공 이후 이어져온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1월 18일 북한은 ICBM인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한 바 있다. 이에 안보리는 사흘 뒤인 21일(현지 시각) 결의안을 위반한 북한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으나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했다.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 갈등 때문이었다.
당시 회의에서 미국은 애초부터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조치인 '결의안'(Resolution)'이 아닌, 중간 단계 수준인 '의장 성명(Presidential statement)'을 제안한다면서 동참을 촉구했으나 중국은 상황 안정을 위해 대화가 필요하며 미국의 군사 훈련 및 대북 제재 완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대규모 군사 훈련이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양측의 대립으로 당시 회의에서는 의장 성명뿐만 아니라 가장 낮은 수준의 대응 조치인 '언론 성명'(Press Statement)'을 포함해 어떠한 결과도 내지 못했고, 미국은 이후 안보리 의장 성명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상임이사국 간 대립 속에 지난해 안보리는 ICBM을 비롯해 북한이 안보리 결의안에 위배되는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지난해 안보리는 북한의 미사일과 관련해 10차례 회의를 가졌었다.
한편 한미일 3국 차관은 13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회담을 갖고 북핵 및 중국, 우크라이나 상황 등을 논의했다.
이 중 북핵과 관련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3국 정부는 북한의 안보 저해 행위에 대한 대응 필요성 및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다시 공감했다"며 "북한은 유례없는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국과 일본, 이웃 나라 및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3국 공조로 북한을 억제하고 핵을 포기하도록 권고할 것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대화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의장성명 초안이 아직 무산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4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사국 내 북한 관련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주 유엔 미국 대표부 대변인도 진전이 어렵다는 거지 완전히 무산됐다고는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의장성명에 소극적 입장이기 때문에 이를 독려하기 위한 차원의 언급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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