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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문제를 공부하며 사회에 '관심'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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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문제를 공부하며 사회에 '관심' 기울였다

[청년이 마주한 세계와 시민] ⑤청년들의 팍팍한 삶을 향한 관심  

경희대학교는 지난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하고, 3학점 교양 필수과목으로 '세계와 시민'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와 시민'은 매 학기 2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00개의 강좌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주제로 선정해 한 학기 동안 해당 주제를 토론하고 이를 연구해 동료에게 조사 결과를 소개하는 학생 주도의 공동 프로젝트(Global Citizen Project, GCP)를 수행한다. 수업에서 다뤄지는 주제는 성소수자 문제, 동물권, 플랫폼노동, 기후변화 등 오늘날 언론에서도 뜨겁게 다뤄지는 이슈들이다. 해당 주제들을 다루면서 학생들은 글로컬 차원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시민적 삶의 존재 조건을 이해하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삶의 자세를 다진다. 청년으로서 첫 걸음을 떼는 학생이 수업의 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을 기록하는 수업인 셈이다. <프레시안>은 지난해에 진행한 '세계와 시민' 수업 프로젝트 중 10개를 추려 수강생이 직접 작성한 원고를 소개한다. 편집자.

청년들의 팍팍한 삶을 향한 관심

'청년 자살의 문제 원인과 해결 방안 : 청년 정책을 중심으로.' 이 주제를 다루는 우리 프로젝트의 시작은 한국의 청년자살률이 높다는 언론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였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청년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상황에 심각성을 느껴 해결의 필요성을 느꼈다. 한창 꽃다울 젊은 나이의 우리 또래 청년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가졌다.

이미 청년실업, 빈곤 문제에 대한 정부 정책이 실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청년자살률이 높아지는 상황에 의문을 품었다. 그동안 정부가 실시한 관련 정책이 청년 문제의 핵심적인 본질에는 닿지 않은 건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특정 요인, 특정 부분에 국한된 해결 방안이 아니라, 큰 틀에서 청년 문제를 아우르는 해결 방안은 없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광범위하게 '청년 정책'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실현 가능성이 일정 수준 이상인 해결 방안을 찾아보고자 했다. 그래서 보다 공식적이고 계획적,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기대하며 ‘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을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주제를 구체화하고 진행 방향을 설정했다. 먼저, '청년'이라는 광범위한 범위를 '20대'로 줄여 설정했다. 통계 자료를 통해, 최근 전 연령대 중 자살에 있어서 20대가 가장 큰 심각성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여러 청년 문제 중에서도 주거, 일자리, 빈곤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년 정책과 청년운동단체들의 활동을 문헌 연구한 후, 심층 자료를 얻기 위해 정당과 청년 단체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조사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청년 문제와 기존 정책의 한계를 파악하고 보완점을 제시하고자 했다.

청년 자살이 여러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청년 문제를 아우르는 단체 또는 우리가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한 빈곤, 주거, 일자리 문제와 관련하여 활동하는 단체를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하려 했다. 다양한 단체들에 연락을 취했지만, 할 수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상황적 한계로 인해 특정 단체와 특정 정당 관계자만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여러 관점 중 하나의 견해를 얻기 위한 인터뷰였던 것이지, 특정 단체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활동 중 아쉬웠던 점은 인터뷰 전에 관련 문헌조사를 '자세하게' 하지 못한 것이다. 조사 대상이었던 정의당이 어떤 점에 주목하고 있는지를 미리 조사하지 않았다. 당연히 인터뷰를 통해서 해당 내용을 조사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청년 문제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고,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된 설명을 들을 때는 관련 용어 중 모르는 것들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런 점들을 미리 조사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면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 같다.

특히 인터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청년 시민이기도 한 남지은 위원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노력하는 청년 시민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우리와 크게 나이 차가 나지 않는 청년에 해당하는 나이대의 분이신데도 특정 당내에서 위원장이라는 직위를 맡고 청년들의 권리 보장과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우리도 ‘직접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의지를 갖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2021년 고독, 고립 대책 담당실이 신설되는 등 국가가 주도하여 고독사 문제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영국에서는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 년간 청년층의 고독사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 이를 개인적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기성세대로 올라갈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 이처럼 소외를 사회적 문제로 보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분위기는 청년들로 하여금 어떤 도전에서 실패했을 때 자신에 대한 무능력과 상대적 박탈감을 더 느끼게끔 한다. 청년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이고 그 구조 속에서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가 생긴다. 승자를 향한 축하와 보상은 있지만, 패자에 대한 위로와 존중, 기회는 없다.

성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조사를 통해 청년 삶의 팍팍함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의 동료 청년들은 서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펙을 쌓고자 스스로를 쉬지 않고 채찍질한다. 취업에 성공해 일정액의 급여를 받더라도 자신의 능력으로 내집을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허리끈을 졸라매고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해도 주거 마련이 어렵다면 청년에게는 희망 대신 좌절만이 있을 뿐이다.

청년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 방안을 직접 고민해보면서, 시민으로서 '관심'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 청년 문제의 원인과 적절한 해결 방안의 마련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했다. 청년 문제에는 여러 가지 다른 사회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적절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청년 문제의 해결에 이르기까지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식견을 가진 이들이 오랜 시간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함을 깨달았다.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데, 그동안 시민들이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해당 문제는 문제시되지 않으며 실질적인 해결 방안 마련의 노력이 행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 중 일부로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 사소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한 시민이 가지는 관심의 가치는 생각보다 아주 크다.

*청년들: 경희대 학생 김요한, 이서영, 장서연, 최예원 / 기사작성: 이서영, 장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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