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공 내에서 발견된 중국의 '정찰풍선'으로 미·중 관계가 싸늘해졌다.
미국은 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발견된지 일주일 만에 풍선을 전투기를 동원해 격추시켰고, 이 풍선이 "기상 연구용"이라고 주장한 중국은 미국의 격추에 발끈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와 군 당국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상공에서 격추된 풍선 내 탑재 장비를 수거하는 대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5-6일 중국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통화했다"며 "중국의 용납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계획된 중국 방문을 연기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중국은 어떤 방문도 공식 발표한 적이 없다. 미국이 그런 발표를 한다면 그건 미국 사정"이라고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18일 류허 중국 부총리와 회동에서 "미중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약속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5일 베이징을 찾아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충돌 방지, 북핵 문제, 기후위기 등 폭넓은 이슈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는 정찰풍선 때문에 단시일 내 냉랭해진 양국관계가 다시 '해빙무드'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에 전략적 협조를 구했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2-3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났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다. 정찰풍선 사태로 수세에 몰리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외교적으로 고립된 러시아에 손내미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외교적,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분명하다.
대만언론 "대만서도 정찰풍선 발견"…미 공화당, 바이든 비난 쏟아내
5일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에서는 유사한 중국의 풍선이 대만과 일본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중앙기상국 정밍뎬 국장은 지난 2021년 9월과 지난해 3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정찰풍선'이 대만에서 발견됐으며, 일본 미야기 지역에서도 2020년께 발견됐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당시 대만 기상국 직원이 촬영한 풍선 사진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공화당은 이번 사태를 빌미로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력'을 비판하고 나섰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5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서 이번 일을 초기에 설명할 수 있었는데 왜 안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이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도 CBS와 인터뷰에서 "정찰풍선이 일주일 동안 군사시설에 대한 작전을 수행하도록 놔뒀다"며 "바이든이 좀더 빨리 격추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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