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오는 상반기에 진행할 연합 군사 훈련의 규모와 수준을 확대하기로 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함인데, 북한이 여기에 반발할 경우 훈련이 시작되는 2월 말에서 3월 초부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31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실시된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의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연합 연습의 규모와 수준 등을 확대·강화하기로 했다"며 "연합 야외기동훈련 확대 시 대규모 연합 합동 화력시범 등 통해 동맹의 능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 군사 훈련 확대 배경에 대해 국방부는 회담 결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시도를 포함한 안보환경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확장억제 강화에 대해 이 장관은 "지난해 말 미국의 전략폭격기 전개 하에 시행된 연합 공중훈련이 동맹의 '행동하는 확장억제'의 실체임에 공감하고, 적시적이고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가 이루어지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공동기획 및 실행 △동맹 협의체계 등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며 "북한의 핵 위협 억제 및 대응방안과 관련한 동맹 간 논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2월 중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스틴 장관은 확장억제의 구체적 모습에 대해 "5세대 전투기인 F-22, F-35,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 등 전략자산을 배치했는데 앞으로 이러한 것(전략자산)을 더 많이 전개할 것이고 양국 정부 협의를 심화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미 양국이 연합 훈련 강화와 미국의 전략자산 수시 전개 방침을 밝히면서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훈련 시작 이후 북한의 군사 행동이 나올 경우 한반도 내 안보 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국이 이같은 행동을 벌이는 명분이 북한의 핵 보유 및 미사일 고도화인데, 한반도 비핵화는 여전히 현실 가능성이 있는 목표냐는 질문에 오스틴 장관은 "한반도의 비핵화 유지는 우리가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이라며 비핵화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의 방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에 대해 정부 입장에 다소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한국의 무기 지원을 언급하면서 기존 살상무기 지원은 안된다는 정부 입장이 다소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이종섭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우리의 무기 지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드리지 않고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무기지원은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다소 변화된 것으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30일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직접 요청하지는 않았다며,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이날 면담에서 "앞으로도 (한국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돕기 위해 국제 사회와 협력해 가능한 역할을 다하겠다"며 '가능한 역할'을 언급한 것을 두고도 기존의 비군사적 지원으로 지원 범위와 폭을 제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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