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 무인기의 군사분계선(MDL) 남하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거론한 가운데, 통일부는 실제 북한의 영토 침범이 있을 경우 효력 정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당장 합의의 효력 정지나 파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7일 통일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9.19 군사합의와 같은 남북 간 합의가 수백 건이 존재하는 가운데, 합의의 이행과 관련 "'남북 간 합의 이행 점검위원회'를 구성하고, UN 등 국제기구의 이행 지원을 확보함으로써 '남북 간 합의한 것은 이행'하는 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26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가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북한이 다시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이 있을 경우”로 한정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 도발의) 양태가 효력을 정지할 정도의 요건에 해당하는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고, (효력을 정지할 때 합의의) 일부만 할 것인지, 아니면 전부를 다 할 것인지의 문제도 있다"며 당장 9.19 합의의 효력 정지나 파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가 효력 정지를 검토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법리 검토는 소관부처로서 만일에 대비해 여러 해석을 평소에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일이 닥쳤을 때 그 때 검토하고 의뢰하고 해석 받을 수는 없지 않나. 그건 안일한 것"이라며 효력 정지 검토는 내부적인 과정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 당국자는 실제 북한의 군사 행동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정확하게는 (북한의 군사) 도발이 있을 경우 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고 '검토했다' 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대화 재개 여건이 마련될 경우 "이산가족·국군포로·억류자·납북자 등의 생사확인, 상봉, 송환 등 분단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고통 해소 문제를 최우선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이지만, 북한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남북 관계 및 분위기에 의해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남북 간 문제 해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데, 당장 4년 동안 남북 간 교류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체제(문제)와 관련한 부분은 (지금까지 남북관계에서) 어려운 부분으로 취급해왔고 실제 접근하기 어렵다"면서도 "지금은 어려운 문제라고 미룰 것이 아니라 어려운 문제도 우선적으로 부딪혀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태도도 경제적 부분보다는 정치‧군사적 부분을 우선하고 있다. 그래서 어렵고 쉽고를 떠나서 중요한 문제는 부딪혀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저희도 북한과 협상을 생각한다면 레버리지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해 북한과 경제나 사회, 문화적 교류‧협력보다 정치‧군사적인 문제를 포함해 민감한 사항에 대해 우선적으로 협상하는 방식도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변화된 국제정세와 북한의 핵 보유 현실화 등 달라진 상황에 맞춰 새로운 통일 추진 전략인 '신(新)통일미래구상'(가칭)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통일부는 '한반도평화 및 민족번영 실현과 자유민주적 통일기반 구축'을 기본 방향으로 상반기 중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민과 전문가 의견수렴을 실시하고, 연내 발표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 구상이 "선도적 통일미래 준비를 위한 중장기적인 남북관계‧국제협력 구상"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에 주안을 둔 '담대한구상'이나, 장기적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는 다른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 당국자는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있고 남북 간 역학관계도 북한의 핵 보유라는 변수가 등장했고 우리의 국제적 지위도 세계 10위권 내에 진입한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 공존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구상을 준비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이 당국자는 사회 각계 원로들과 남북관계 및 통일 관련한 전문가들,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경청하는 것과 함께 현 정부의 국정 철학도 반영하여 통일미래구상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밖에 통일부는 남북관계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민간단체 및 국제기구 등을 통한 대북 직·간접 접촉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북한에 대화에 응하라고 요구하고 우리가 노력도 해야겠지만 코로나 19 등의 상황도 있기 때문에 국제기구든 민간이든 접촉면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라며 유니세프 등 북한과 협력이 진행되는 국제기구와 함께하는 관여를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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