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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읽기] 국수 먹다 '딱'소리…충치·풍치보다 무서운 '균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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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읽기] 국수 먹다 '딱'소리…충치·풍치보다 무서운 '균열치'

최근 치과에 내원한 70대 여성 환자가 건넨 말이다. 국수를 먹다가 치아에서 뭔가가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후 음식을 씹으면 시큰시큰한데 가만히 있으면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고 찜찜한 마음에 망설이다 치과를 찾았다고 한다.

ⓒ프레시안(자료사진)

진료를 해보니, 해당 치아의 머리부분(치관부)에 원래 금이 가 있었는데 순간적인 교합력이 가해지면서 잇몸 아래쪽 뿌리까지 깨진 것으로 관찰됐다. 치아 파절편이 잇몸에 덜렁거리며 겨우 붙어있었다. 파절편을 제거하고 남은 치질을 인공재료로 보강해 크라운을 씌워도 예후가 불량할것 같다는 소견을 전했다. 환자는 평소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을 먹지 않는다며 의아해했지만 이미 다른 치아에도 금이 가 있는 상태였다.

이렇게 금이 간 치아를 균열치(crack tooth)라고 한다. 

영구치는 말 그대로 평생을 쓰는 치아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저작력이 가해지면 치관부의 겉 껍질인 법랑질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다가 그것이 심화되면 치관부 안쪽 치질인 상아질까지 균열이 진행된다. 이러한 경우 저작시 간헐적으로 시큰시큰한 증상, 특히 음식을 씹었다 입을 떼는 순간 시큰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국수같이 부드러운 음식을 씹다가도 순간적으로 이가 부러지거나 운이 나쁘면 치근까지 균열이 진행돼 치아를 뽑아야 할 수도 있다.

치아 균열이나 파절이 치관부에 국한돼 있으면 그 정도에 따라 교합조정이나 크라운 치료로 수명 연장이 가능하지만 치근까지 진행된 경우 금이 간 선(crack line)을 따라 치근에 세균이 침투하여 치조골을 점점 흡수시키기 때문에 발치가 불가피하다. 충치나 풍치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균열치는 집중된 저작력에 의해 한순간에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고 손을 쓸 새도 없이 발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무서운 것이다.

치아 균열로 내원하는 환자 대부분은 "나는 딱딱한 음식을 안먹는데 갑자기 이가 깨졌다. 이상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음식이 질기고 딱딱한 편이어서 정도는 다르지만 중장년층 대부분이 최소 한두개 이상의 균열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아 균열은 나이가 들면서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 30대 중후반 이후 흔하게 관찰되지만 젊은층도 예외는 아니다. 교합력은 음식을 씹지 않고 이를 '앙' 물고만 있어도 치아에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에 평상시 습관적으로 이를 악무는 습관(clenching) 또는 밤에 잘때 이를 가는 이갈이(bruxism)와 같은 구강 악습관을 가진 사람은 질기거나 딱딱한 음식을 먹지 안아도 치아 균열이 유발되고 진행될 수 있다.

문제는 치아 균열을 일으키는 식습관이나 구강 악습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한 두개가 아닌 다수의 치아에 크랙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습관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두개 치아만 치료하거나 발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치아에 금이 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치아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식습관이나 구강 악습관을 없애는 것이 좋다. 딱딱한 음식 (마른 누룽지, 튀긴 콩, 오돌뼈 등)과 질긴 음식 (건어물, 육포, 껌 등)의 섭취는 되도록 피하고 같은 음식이라도 부드럽게 조리해 먹기를 권장한다. 섬유질이 많은 채소인 무청 시래기와 콩나물과 같은 채소도 치아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푹 익혀서 부드럽게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위아래 치아가 맞물리기만 해도 교합력이 치아에 가해지기 때문에 평소 이를 악무는 습관(clenching)이 있다면 꼭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힘든 일을 할 때, 집중할 때,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무의식적으로 이를 악물게 되기 때문에 이를 염두해두고 자가점검하며 구강 악습관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좋다. 야간 이갈이 습관(bruxism)이 있다면 나이트 가드 등의 보조장치를 사용해 치아에 전달되는 압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

균열치는 진단이 어렵고 언제 갑자기 치아가 쪼개지거나 균열이 더 진행될 지 알 수 없으므로 증상이 느껴지면 신속하게 치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통해 병변이 심화되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은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가족애치과 원장 배수열(통합 치의학과 전문의 AAID(미국 치과임플란트 학회) 인정의(Associate f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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