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파견된 북한의 노동자 지난해 집단 탈북해 남한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25일 <중앙일보>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지난해 11~12월에 9명의 북한 노동자가 집단으로 탈북해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받은 이후 현재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입소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중 일부가 현직 군인 신분이었다면서 외화 벌이를 위해 의무복무 기간 중에 파견된 인력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이 군인이었기 때문에 유엔 난민기구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가 수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이들이 탈북한 이유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꼽았다. 양측 간 전투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재건사업에 북한 노동자들이 동원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를 우려한 노동자들이 탈북을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 북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해 7월 18일(현지 시각)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와 인터뷰에서 북한과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간 협력 가능성이 많다며 "북한 노동자는 (돈바스의) 파괴된 기간 시설 및 산업 시설을 복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데니스 푸실린 DPR 정부 수장 역시 러시아 국영 TV <러시아24>와 인터뷰에서 북한과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돈바스 지역에 인력과 건설업자가 필요하다며 "북한과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의 돈바스 지역 파견은 북한 당국에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북한은 2017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신규 노동자 해외 파견이 금지됐는데, 돈바스 지역의 두 자치공화국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므로 제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이들의 탈북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동안 정부는 탈북자의 구체적인 신원에 대해 개인 정보 보호 및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친척·지인 등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왔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북한의 강력한 국경 봉쇄로 인해 남한으로 입국하는 탈북자 수는 확연히 감소했다. 2019년 1047명을 비롯해 2019년 이전까지 매년 1000~2000명 안팎을 기록했던 탈북자 수는 코로나 확산 이후인 2020년에는 229명, 2021년에는 63명까지 떨어졌으며 2022년에는 67명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19 이후에는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탈북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입국한 탈북자 수는 남성이 35명, 여성은 32명이며 해당 인원들이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4분기에는 남성 18명, 여성 7명이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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