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 발언과 관련한 이란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 다른 당사자인 북한도 처음으로 반응을 내놨다. 북한은 선전 매체를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24일 북한 대외용 주간지인 <통일신보>는 윤 대통령이 "또 혓바닥을 잘못 놀렸다"며 "그 말 한마디 때문에 한순간에 적을 만들어 놓았다고 남조선(남한)에서는 소동이 일어나고 해당 나라는 입장을 명백히 밝히라며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윤 대통령이 "그 무슨 적이니, 위협적인 국가니 하며, 다른 나라들 사이에 쐐기를 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공화국(북한)에 대해서까지 '우리의 적'이라며 국제무대에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공화국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역도가 세계의 면전에서 제 입으로 자기들이 공화국의 적이라는 것을 다시금 선언한 셈"이라고 규정했다.
매체는 윤 대통령이 "밖에 나가서는 초보적인 외교상식도, 의례도 모르고 망발질해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까지도 적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앞서 15일(현지 시각) 윤 대통령은 UAE에 파견된 아크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발언 직후 진의가 무엇이냐며 한국 정부의 설명을 요구했던 이란은 이후에는 양국 간 외교 현안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외교적 발언을 구실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이란은 한국에 묶여있는 동결자금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과의 협상이 다양한 창구를 통해 다양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협력이 충분하지 못했다"며 동결자금을 받는 것이 "이란의 법적 권리"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이를 "조건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동결자금은 한국 국적의 은행 2곳에 묶여있는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인데,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과 이란 사이 물품 거래를 위해 미국이 예외적으로 용인해준 거래 계좌였다.
그런데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은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하고 대 이란 제재를 복원,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렸고 이에 해당 계좌의 거래가 중단됐다.
그러던 중 핵 합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핵 합의 복원을 위한 협의가 시작되면서 이란도 동결 해제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돌입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협의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한편 정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장병 격려 차원에서 한 말"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방부는 24일 "대통령께서 UAE에 근무하는 우리 장병들에게 현지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직시하라고 당부하신 말씀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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