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말한 데 대해 이란 측에서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관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른 나라의 관계에 대해 평가하는 비외교적 발언으로 인해 이란과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킨 셈이다.
이란 국영 통신사 <IRNA>는 16일(현지 시각)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물론, 이와 관련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이란 외무부는 한국의 최근 입장, 특히 이란과 UAE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며 "(카나니 대변인은) 이 발언이 비외교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5일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에 방문해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특정한 국가 정부가 다른 국가끼리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외교적인 언사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외교는 적을 줄여가는 것인데 오히려 적을 늘리겠다는 말인가? 참으로 한심한 대통령"이라고 쏘아 붙였다.
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나라가 이란을 군사적 위협세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또한 이란과의 긴장감을 키워 아랍에미리트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은 1970년대 대한민국 중동 건설 붐으로 인연을 맺었고, 2016년 ‘포괄적 파트너십’을 채택한 우호협력국"이라며 "현재는 미 주도의 제재로 인해 직접 교역이 어렵지만 이란의 지정학적 위치, 중동사회의 위상에 비추어 적으로 돌려서 국익에 도움될 것이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현재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며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다.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외교부도 사태 진화에 나섰다. 17일 외교부는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간의 관계와는 무관한 바, 불필요하게 확대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우리나라는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온 바,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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