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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외교'한다는 윤석열, 전기차 보조금 지급 않는다는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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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외교'한다는 윤석열, 전기차 보조금 지급 않는다는 바이든

[2022 평화통일시민강좌] ⑨ 이혜정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2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평화통일시민강좌는 국가보안법, 북한바로알기, 한미관계, 미중전략경쟁, 평화기행을 주제로 지난해 4월 16일부터 12월 17일까지 신촌에서 진행됐습니다.

아래는 지난해 12월 17일 '패권 불가능 시대의 한국외교'를 주제로 이혜정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진행한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한국은 동맹을 신성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단체제이기 때문에 미국을 제국주의로 보는 경향은 굉장히 소수이고, 이념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중국과 북한에 대한 혐오가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원인 중 하나가 '한국의 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보다 국력이 앞서고 중국의 경제성장보다 한국이 앞섰습니다. 우리에게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다 같이 이루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중국보다 우리가 선진국이라는 생각, 북한과는 체제경쟁 할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일본이 19세기 후반부터 '탈아입구'를 내걸고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가 되겠다고 했는데 한국도 '탈아입구'가 작동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선진국이기 때문에 글로벌 차원에서 우리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동시에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식민주의-제국-패권의 복합체, 미국

식민주의는 자원을 수탈해가는 유형, 노동력을 수탈해가는 유형이 있는데 미국은 원주민들이 사는 땅을 빼앗아 가는 정착민 식민주의를 펼쳤습니다. 땅을 빼앗고 노예를 수입했습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백인 남성들의 민주주의였으며 19세기 산업화로 지역 강대국이 되고, 2차 세계대선 이후 패권국이라고 하는 초강대국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백인 우월주의, 백인 정착민 식민주의를 기반으로 제국이 되었고 그 이후 패권 국가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건국 때부터 헌법에 노예제를 각인시켰습니다. 연방의회는 주별로 동등한 대표권을 갖는 상원과, '백인의 5분의 3'으로 계산되는 흑인 노예를 포함하는 인구 비례제 하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대선은 일반 투표와 선거인단 투표가 있고 이 선거인단 제도는 기본적으로 노예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남북전쟁 이후 북부가 남부를 군사적으로 지배하던 시기(Reconstruction Era)에 흑인 노예를 해방시키고 땅을 나누어 주고 참정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선거인단 투표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북부와 남부의 타협이 있었고 북부는 군대를 철수하고 남부에 인종차별을 제도화할 수 있는 일정 권한을 주었습니다.

남부는 할아버지가 투표한 사람만 투표할 수 있다거나, 재산이 있는 사람만 투표할 수 있게 하거나 혹은 시험을 쳐서 통과한 사람만 투표권을 주었습니다. 19세기에 할아버지가 투표할 일도, 재산을 모아 놓을 수도, 글자를 배울 기회도 없었던 흑인들은 투표할 수가 없었습니다.

원주민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은 20세기 들어와서,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은 1차 세계대전 이후였습니다. 그리고 남부에서 흑인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은 1960년대입니다.

1848년 미국과 멕시코가 전쟁을 해서 미국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를 빼앗았습니다. 캘리포니아는 금광이 발견되어 백인들이 몰려들게 되자 2년 만에 주(state)로 승격되었지만 원주민과 멕시코 출신 주민들이 많았던 애리조나와 뉴멕시코는 1912년에야 주가 되었습니다.

흑인 비율이 70%인 워싱턴 D.C., 푸에르토리코, 괌, 사모아, 북마리아나 제도, 미국령 버진제도는 연방의회에서 표결권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미국은 원주민들로부터 빼앗은 땅을 경작할 백인이 필요했고 '이민법'을 만들어 유럽 사람들에게만 땅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간 땅을 경작하면 땅의 소유권을 인정해주었습니다. 시민권도 없는 사람들에게 백인이라는 이유로 땅을 나누어 주면서 그 땅에서 원래 살던 원주민들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았던 것이 미국의 역사입니다.

▲ 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 ⓒ평화통일시민행동

패권 국가의 임무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만들어 놓은 규칙 기반의 질서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탈냉전 이후의 단극체제는 무너졌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냉전 이후의 미국이 압도적인 힘을 가졌던 질서가 무너졌으니 그 압도적 힘을 회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동맹을 활용하며 중국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겠다고 했습니다.

패권국가는 공공재를 제공해야 합니다. 환경문제, 자유무역, 국제 정치의 안정, 통화질서 구축의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됩니다.

현재의 국제질서는 질서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궐위 상태입니다. 구질서가 붕괴했지만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기 위한 조건들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았고 이로 인해 병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사고가 2중, 3중으로 나는 것처럼 국제관계의 안보 질서가 깨지고 선진국에서 보호주의와 반(反)지구화가 생기며 경제질서가 깨졌습니다. 이 문제가 다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팬데믹이 생겼고 팬데믹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위기가 중첩되고 섞여 버렸습니다.

우리 자부심의 원천은 지속 가능할까?

요즘 20~30대 젊은 사람 중에는 외국에 나갔을 때 '북한에서 왔냐, 남한에서 왔냐'는 질문을 받으면 자신이 왜 북한사람으로 오해받아야 하냐며 굉장히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북한'이 한 민족이라는 생각도 적고 태어날 때부터 한국은 선진국이었습니다.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이 매우 큽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 지금까지 발전해온 경제와 평화, 민주주의가 지속 될 수 있는가입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제조업 중심의 통상국가로 미국이 만들어 놓은 자유무역 시스템에서 중간재를 중국에 팔면서 중국과 함께 동반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미국 안에서 '자유무역'은 정치적 금기어가 되었습니다. WTO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역 분쟁을 해결하는 재판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총 7명의 재판관이 있고 모두 임기가 끝났는데 새로운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재판관이 아무도 없는 상태로 WTO 체제는 유명무실해진 상태입니다.

세계가 신자유주의 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앞으로 제조업 중심의 통상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꺼져 있는 상태입니다. 무역 적자가 이어지고 환율문제도 큰 위기로 닥쳐올 것입니다.

북한의 핵 문제도 심각해지고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문제는 새로운 차원이 되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확장억제를 약속하고 전략무기의 시기적절한 전개를 약속해 주지만 군사적 불안정성은 계속 커지는 상황입니다. 핵보유국들은 핵무기와 비핵무기의 구분을 깨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입니다. 길게 보면 통치행위라 할 수 있는 남북관계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부터였습니다. '서해사건', '동해사건' 등 통치행위들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후보와의 표차가 1%도 안 채 당선되었습니다. 선거의 가장 기본은 평화적인 방법에 따른 정부 이양인데 지금은 정치보복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사법과 정치의 영역 구분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언론 또한 대단히 편파적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상이 아닙니다.

많은 한국인이 가지는 중국이나 북한에 대한 우월감은 '우린 독재가 아니고 민주주의이며 경제적으로 잘 산다'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존재하며 대구 이슬람사원 공사장에 등장한 돼지머리처럼 이슬람에 대한 혐오도 심각합니다. '선진국 한국'의 물적, 제도적 기반이 과연 계속될 수 있을까요? 우리 스스로 갉아먹고, 외부적으로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패권 불가능 시대의 기후위기

패권 불가능 시대로 만드는 큰 요인은 기후위기입니다. 이는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경쟁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인간과 자연을 분리해서 인간 주변의 '환경'으로만 인식해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 중심으로 접근해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인류가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패권 국가가 공공재인 환경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중국식 모델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식 모델 또한 공공재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당장 새로운 발전과 평화의 모델, 기후위기 극복 등 대전환의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지도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는 패권경쟁이 불가능한 시대입니다. 때문에 '미중간에 패권경쟁이 있고 한국이 미국 편과 중국 편 중 어느 편에 서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의 전제가 틀렸습니다. 프레임을 바꾸어야 합니다.

미국도 스스로 더 잘 살자고 여러 길을 모색 중인 것이고 이를 위해 동맹을 끌어들이지만 동맹을 보호해주지는 못합니다. 새로운 질서가 생길 때까지 상당 시간 교착상태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 우선주의와 "이익조화의 붕괴"

2002년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는 자유, 민주주의, 자유기업에 있어서 오직 미국모델 하나만 있다고 했습니다. 단극시대에 미국은 힘과 이념에서 우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스스로도 미국이 힘과 이념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외정책과 미국이 세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미의 패권에 관한 논의를 하는 가장 대표적인 잡지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이미 2008년에 "The Age of Nonpolarity_What Will Follow U.S. Dominance"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고 2011년에는 "A G-Zero World_The New Economic Club Will Produce Conflict, Not Cooperation"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패권 국가가 된다는 것은 그 국가가 자신의 자원을 동원해서 국제 공공재를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왜 전 세계에 미군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미국 정부는 "전 세계에 미군이 있어야 안전해진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미국의 힘이 워낙 커서 미국의 국익과 국제질서의 핵심 이익이 동일시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이익의 조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들고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의 엘리트들이 미국 중산층, 특히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의 이익을 팔아먹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계화는 미국의 진짜 이익을 팔아먹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이익조화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바이든은 미국을 다시 세우겠다고 했지만, 그 실체는 경제 분야에서의 자국 우선주의는 그대로 가져가고 더욱 체계적으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었습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은 코로나 19, 경제, 인종,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까지 그 어느 것 하나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고 만든 것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고 그 법안에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겠다는 내용이 있는 것입니다. 이 법안으로 인해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 지난해 8월 16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의료보장 확충 등의 내용을 포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핵 레짐의 붕괴

우크라이나 전쟁은 구조적으로 핵 레짐(regimes)을 붕괴시키는 충격을 주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무기는 핵무기와 통상무기로 나누고 핵무기는 최후에만 쓰는 무기라는 사용규범이 있었습니다. 또한 핵무기는 파괴력을 기준으로 전략무기와 전술무기로 나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예전의 소련과 미국과의 군비경쟁을 통제하는 시스템만 있고 중국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기존 군비 통제 시스템을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통상무기의 파괴력이 높아지면서 통상무기와 핵무기의 차이점도 없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이 저위력 핵무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저장소를 공격하면 북한도 핵무기로 대응하게 될 테고 그 핵무기를 공중에서 방어해도 낙진피해가 한반도 전역 및 일본까지 다다르게 될 것입니다.

저위력 핵무기는 낙진피해 지역을 점과 같이 목표물 지역에만 한정시킬 수 있습니다. 저위력 핵무기는 군사기술적으로 상당히 높은 기술이며 핵전쟁의 문턱을 낮춰버립니다.

핵무기 비확산 레짐도 깨졌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핵을 언제 사용할 것인지 법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푸틴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NPT체제의 핵심은 핵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비핵국가를 위협하지 않고 비핵국가들에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준다는 것입니다. 비핵국가들이 핵보유를 포기하는 대신, 핵보유국들의 규범적 의무는 핵군축으로 핵을 없애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보유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규범적으로 따져 보아도 북한에 핵을 내려놓으라고 할 수 있는 규범적 기반이 대단히 약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북한 입장에서 미국이 선제타격을 해서 북한의 핵을 깨끗하게 도려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북한은 핵을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구체화 합니다. 예를 들면 지도부를 없앨 징후가 보이면 핵을 쓰겠다고 합니다.

부메랑이 된 대러 제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은 유례없는 대러 경제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이 경제제재를 한 나라들은 북한, 쿠바, 이란이 있습니다.

미국이 외교의 중요한 수단으로 경제제재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9.11테러 이후입니다. 9.11테러 이후 테러 조직의 돈줄을 막았던 기술을 가져와서 국가에 대해 경제제재를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도 세계 11위권 국가에 대해 경제제재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첨단 기술에 대한 제재, 달러 결제망에서의 퇴출 등의 대러 경제제재를 취할 때 미국 내의 경제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렇게 하면 자본주의는 깨진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보며 중국은 안전자산은 없다는 것을 배울 것이고 결국 위완화를 국제 결제화로 만들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은 사유재산 보호입니다. 사유재산을 빼앗는 것은 자본주의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적국 시민의 재산이라도 보호하는 것이 자본주의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 내에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돈, 국부펀드 등을 동결시켜버렸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문제도 있습니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경제학의 메뉴얼이 없습니다. 계속 패권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도 자본주의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네거티브섬 게임

미중간의 패권경쟁을 전체 정해진 양을 두고 서로 빼앗는 '제로섬 게임'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 생각에는 아닙니다. 지금의 미중 경쟁은 '네거티브섬 게임'입니다. 미국은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경제를 한방에 무너뜨리지도 못했고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잠그면 금방 서유럽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기하리라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교착과 정체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승자가 없습니다.

미국은 러시아를 이념적으로 고립시키는 것도 실패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를 G20에서 탈퇴시키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공, 사우디아라비아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뒷마당이라 불리던 남미도 통째로 묶여 미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멕시코도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이 동원할 힘이 그만큼 줄어들어 있습니다. 대러 제재에 동참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30여 개입니다.

중국과 서방이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있지만 양쪽 모두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합니다. 기후위기, 재지구화, 세계화, 국제 경제의 비전, 핵억지‧확산방지, 전쟁방지에 대한 방안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모두 이 요구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분명히 중국의 위협이 존재하고 미국은 중국을 억누르지 않는다고 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를 1~2세대가 아닌 3~4세대로 벌려놓겠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잘 조율된 실용적 대북정책'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잘 조율된 실용적 대북 정책법(a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이라 합니다. 미국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2021년 5월 미국이 발표한 대북정책 리뷰 원문을 보면 미국의 동맹과 미군의 '실용'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용'은 판문점선언의 부정입니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북미성명은 평화체제와 이른바 쌍중단을 이야기했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으면 한미는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미국 주류에서 보면 군사적인 양보를 한 것입니다. 미국의 주류는 북한이 미국과 미군, 동맹의 안전을 위협하므로 그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실용'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무장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안보위협입니다. '실용'은 안보에서 타협을 하나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조율'은 미국과 동맹의 입장을 다 듣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 일본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했습니다. 그런 일본의 입장을 듣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실용과 조율을 합치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바이든은 이를 '오바마도 트럼프도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오바마, 트럼프 시절의 대북정책을 보면 결국 대북협상이 진전되려면 미국이 양보를 안 할 수 없다는 교훈이 있지만 바이든은 대북협상에서 양보를 안하겠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제안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상황이 계속 바뀌는데도 '조정'이 없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역지사지해보면 싱가포르와 판문점 선언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군축을 하자는 것인데 미국은 최고수준으로 무장을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일단 나와서 대화를 나눠보자고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이 상태에서는 대화에 나설 수가 없습니다.

동맹에 대한 스트레스

경제학에서 효용 감소의 법칙(Diminishing Marginal Utility) 개념이 있습니다. 한 단위를 올릴 때마다 한계 효용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구조적으로 한국이 컸습니다. 동맹이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한국이 컸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특별히 싫어하지 않아도, 동맹을 활용하려 하지 않아도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해야 할 것은 많아지고 가져갈 것은 줄어듭니다. 

미국은 남한에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확장억제를 해줄 테니 믿어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보수 중에는 미국본토가 핵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남한을 지켜주겠냐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핵공유나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또 진보에서는 군사적 수단에 의한 안보는 위험하니 군사적 긴장을 낮추자고 합니다.

한국사회는 겉으로는 동맹이 온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동맹에 대한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확장억제를 더 강화한다 한들 무엇을 더 해줄 수 있겠습니까? 항공전단이 매일 여기 들어와 있을 수는 없습니다.

또 동해까지는 들어오지만 서해로 들어오면 중국과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모함 두 대가 넓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작전지역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략무기 한번 띄우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데 매일 한반도로 들어올 수 있겠습니까? 트럼프 때는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비용을 한국이 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분야에서 한미는 같이 갈 수 있을까?

보수와 진보 모두 한미동맹에 대한 불만이 커져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안보는 뭔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경제는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미국은 보호무역과 산업정책을 하고 있으므로 한국과 유럽 경제를 배려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립서비스는 하지만 가능하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법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예외로 해달라는 것은 법안을 유예하거나 시행령에서 빼달라는 것인데 법안은 이미 실행되고 있고 미국의 다음 선거는 2024년 대선입니다. 미국 대선은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의 경쟁입니다. 대선 국면에서는 더더욱 동맹을 봐줄 여지가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유무역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한 사람이고 오바마 행정부는 TPP를 추진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민이 자유무역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자유무역으로 중산층이 몰락했다고 생각을 하고 러스트 벨트에서 표를 얻기 위해 대선후보들은 더더욱 자유무역과 반대되는 공약을 내걸 것입니다.

중간층을 붙잡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치적 논리, 중국 기술이 미국 산업 내에 침투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안보논리, 정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경제논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현재 미국의 산업정책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앞으로는 미국과 경제적 윈윈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가치와 이익을 조화시켜야 하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거듭나겠다고 하지만, 미국 또한 가치외교를 하지 못합니다. 가치와 외교는 충돌하기 마련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힘을 가졌다는 미국도 가치를 국제현실정치에서 적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민주주의를 강제로 이식시키려다 실패했습니다.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붓고 수많은 군인이 죽고 미국민들의 정권에 대한 지지도만 낮추었을 뿐입니다.

외교는 가치와 이익을 조화를 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조화'에 대한 생각이 없습니다. 전략동맹이란 '안보, 경제, 가치'를 말하는 것이고 이와 함께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회의가 있습니다. 동맹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한국 사회에 깊숙이 그리고 굉장히 넓게 뿌리박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권이나 보편적 규범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의 이익도 챙기면서 정체성도 챙기고 미중간 라이벌 상태에서 한국의 국익을 지키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외교는 어떠해야 하는지, 미중관계에서 한국의 포지션은 어떻게 할 것인지는 편협된 시각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입장과 국제 정치의 상황, 전략적인 상황에서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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