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16일 전원회의를 열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조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지를 논의한다. 조사 중인 사건에 의견을 표명해 논란이 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복지관 방문'등을 이유로 심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15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화물연대와 소속 임원의 고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전원회의는 위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회의로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지만, 한 위원장의 불참으로 부위원장이 회의를 대신 주재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가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된 이유는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다.
공정위는 지난해 총파업 과정에서 파업 동참을 강요하거나 운송을 방해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세 차례 현장조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공정위의 현장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속한 화물연대는 사업자단체가 아니라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가 소속 회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사업자끼리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해서도 안 된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을 사업주로 볼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동자에게는 공정거래법(부당공동행위)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정위 한기정 위원장이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을 '사업자'로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 위원장은 지난 2일 언론브리핑에서 "화물연대 소속 차주를 사업자로 판단하고 있고, 이와 유사한 건설노조 건에서도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며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가 계속되면 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보통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불린다. 특고는 겉으로는 독립 사업자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 업체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직·간접적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다. 4대 보험에서 배제되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화물노동자의 최저임금’ 역할을 하는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을 위해 파업을 진행한 것이다.
지난 2019년 공정위도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지침'을 개정하면서 "특고는 노동자와 유사하나 자영업자적 특성으로 노동관계법을 통한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보호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 한 위원장이 중립성을 잃고 조사 업무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를 의식해서 전원회의에 불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노총과 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공공운수노조는 한 위원장이 심의 의결 이전에 의견을 공표해 심판 위원들에게 부당하게 영향을 미쳤다며 한 위원장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노총은"준사법적 의결을 하는 심판회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건설노조와 화물연대가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는 발언을 했다"며 "공정과 중립을 지켜야 할 공정거래위원장이 스스로의 조사원칙을 깨고 의결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전원회의의 최종 결론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한 위원장이 빠진 8인으로 회의가 진행될 경우 5명의 위원이 찬성하면 공정위는 화물연대를 고발 조치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한 위원장의 불참에 대해 "설 명절을 맞아 복지관에 방문하는 일정이 미리 잡혀있었다"며 "복지관과 조율해서 잡은 일정을 뒤늦게 바꿀 수 없어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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