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 견제하며 중국시장에 집중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이어가는 것은, 러시아를 압박하여 중러 협력의 틀을 약화시키는데 있다. 궁극의 목표는 ‘반중국’이다. 미국은 정부와 학계, 군 등 각 분야를 총동원하여 한국이 중국 견제에 나서도록 강하게 권하는 중이다. 최근 바이든과 시진핑이 정상회담에 이어 통상, 군사, 재정 분야의 고위회담을 잇달아 열며 중국시장에 다가가는 것과는 판이하게 대조적이다. 노회한 양면전략이 지속된다.
미군은 한미군사훈련에 전투기 240대를 동원하고, 한국 내 우주사령부 설치도 마쳤다. '이제 글로벌 공조는 끝났으며, 한국은 미국을 택해야 한다.' 이는 지난 12월, 미국인 학자(시카고대학의 석좌교수 존 미어샤이머)가 한 말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강요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미 국무부에서는 경제담당 차관이 중국견제를 독촉하기 위해 방한하고, 미국의 소리(VOA)는 '중국의 도전에 한국과 함께 맞설 것'이라고 방송한다. '인플레 감축법(IRA)'의 역풍으로 얼얼한 한국 사회는 미국의 이런 주장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다. '미국이 그렇다는데...'
문제는 이런 미국의 주장이 우리의 경제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친미혐중' 현상을 경제 분야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반중국 현상들’에 대하여 간단하게 한중관계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표현한다. 착잡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미중 경제협력의 흐름은 다르다. 우리에게는 '반중국'을 외치며 압박하면서도, 정작 미국 자신은 중국과 3조 달러가 넘는 상호 금융 투자 등 천문학적인 협력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백악관과 월스트리는 중국시장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치밀하게 중국 전략을 조율해왔다. 이른바 양면 전략이다. 정치학 전공인 미어샤이머 교수는 백악관의 노회한 전략에 줄을 선 것일 뿐, 다른 한편에서 월스트리트는 중국 호떡집에 들어가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양면 전략을 모르는 나라는 없다. 그래서 중국시장을 중시하지 않는 나라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유독 한국을 채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미국의 태도는 한중수교 이래 지속되어오고 있는 흐름이다(졸저,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 참조). 대외 의존이 심각한 우리 경제는, 미국 뿐 아니라 중국 시장도 매우 소중하다. 미중 수교 이래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는 양대 시장에 집중하며 발전해왔다. 경제와 시장에 관한 한, 우리에게 ‘중국 배제’는 현실적 설득력이 없다. 거센 ‘친미혐중’ 속에서도 중국시장을 활용하는데 집중하는 우리 한국의 외교 패턴은, 호주와 일본 등과 붕어빵처럼 닮았다. 그 배후는 미국과의 동맹이 떠받치고 있다(이런 딜레마를 돌파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미국에 대해 한미동맹을 경제동맹으로 승화시키자고 제안했다).
최근, 동남아 국가들의 중국 전략은 한국, 일본, 호주 등 친미를 표방하는 나라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남중국해 영역 갈등이 누그러진 것이다. 최근, 그들은 중국과의 우호적 접근을 토대로 미중 등거리 경제 외교를 펼친다. 베트남을 제외하면 모두 화교국가들이다. 베트남 정부는 미중 양국을 향해 ‘우리를 골치 아프게 하지 말라. 양자택일은 없다’고 공언한다(문재인 정부 시절, 외교부 강경화 장관과 그 후임자도 그런 입장을 밝혔다). 이런 동남아와 남중국해의 변화는, 중국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대만과 한-일 쪽으로 옮겨 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요컨대, 동아시아에서 미중의 주도권 힘겨루기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2라운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중러, 최근 첨단무기 협력
북유럽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반중국' 전략의 일환임은 맨 앞에서 밝혔다. 중러 우호관계를 단절시키면, 장기적으로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중국은 시장과 기술 양 측면에서 미국을 향한 맹추격에 그침이 없다. 새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7%∼5.3%로 추정되어, 미국의 최대 성장 전망 0.5%와는 격차가 크다. 초조한 미국 입장에서 ‘반중국’은 지상명령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중러 협력은 미중 경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오늘날 중국의 기술굴기에 미국은 경악한다. 과거 소련의 스푸트니크 쇼크에 버금가는 일이다. 기술굴기는 ‘일대일로’전략을 통해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향한다. 여기에 러시아와의 협력이 더해진 것이다.
푸틴이 직접 밝힌 중국과의 첨단 무기 개발 협력 분야를 보자. 에너지와 자원 협력을 전제로, 항공 우주 분야와 해상 크루즈, 항공 엔진, 항공기 및 헬리콥터, 핵 잠수함, 대형 항공기, 미사일, 그리고 합동 훈련과 첨단 기술 무기의 공동 R&D와 인문학 등을 망라한다. 여기에 러시아의 대형 전자전 장비, 특히 육상 대형 전자기 스펙트럼 전쟁 장비, 대형 원자력 선박 건설, 폭발 반응 장갑 및 복합 갑옷 기술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예산 제약으로 기술 개발이 쉽지 않다. 꾸준히 발전하는 중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푸틴은 중국과의 첨단 장비 협력에 관하여 4시간 동안 설명하기도 했다(2022.6). 그는 현재의 중러 관계를, 절대적이고, 포괄적인 파트너십, 역사상 최고 수준, 국제관계의 안정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 등으로 표현한다. 서방에 대놓고 하는 발언이다.
러시아는 아직도 구체제의 무거운 유산이 남아있는 나라다. 하지만, 일부 군사 기술들은 여전히 세계 선두권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러시아 무기를 사용해왔지만, 오늘날 발전 속도는 러시아보다 훨씬 빠르다. 최근 중국이 개발하는 주요 첨단 분야를 보자. 글로벌 위성 포지셔닝 시스템, 광학 및 레이더 정찰 위성, 고급 통신 및 중계 통신 위성, 다양한 유형의 군사 위성, 스텔스 전투기, 레이더 전자 제품, 자체 개발 항공모함, 수륙 양용 공격 전함, 대형 구축함, 무인 항공기, 지능형 탄약, 극초음속 항공기, 공격 무인 항공기, 모듈형 장거리 로켓, 고급 탱크 화재 제어 시스템, 고급 전자 전쟁 시스템 등이 꼽힌다. 이에 더하여, 러시아의 첨단 핵잠수함, 항공기 설계, 방공 시스템 설계, 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와의 협력에도 나서고 있다. 요컨대, 중러 협력은 양방향에서 상호 보완적인 협력 구조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주시하고 있고, 미국의 제재를 고려해야 하는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에 거리를 두고 접근한다. 미국은, 중국이 민간과 군사 양방향 모두 사용 가능한 제품을 수출하는 형태로 군사 지원을 한다고 판단하고 제재한다.
최근, 중러 양국은 미국의 빈번한 동맹 군사훈련에 대응하는 합동 군사훈련으로 맞서고 있다. 양국의 전략폭격기 편대의 합동 훈련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양국 해군이 동해(일본해)에서 처음으로 합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2021.8).
핵잠수함 협력
러시아는 전략 핵잠수함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향후 중국과의 협력은 최상위 설계 및 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분야에서 러시아의 강점은, 유체 역학 및 수중 음향 역학, 시스템 엔지니어링 및 통합 기능 등이 꼽힌다.
중국도 핵잠수함 기술 분야에서 최근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어왔다. 자연 순환 원자로를 비롯하여 소음 베어링, 충격 흡수 래프팅,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필링 쉘, 정밀 가공 프로펠러, 샤프트리스 펌프 스프레이, 단일 이중 쉘 복합 보트 본체, 대구경 압력 쉘, 측면 포플러, 메인 패시브 통합 견인 어레이, 수중 음파 탐지기, 고속 연속 미사일 발사 기술, 통합 운영 정보 명령 시스템 등이 꼽힌다. 이런 기술 중 일부는 러시아에 없는 것들이다. 재래식 잠수함 분야에서도 중국은 강점이 있다.
미사일 협력
미사일 분야는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분야의 하나다. 공중 미사일 컴퓨터 훈련과 함께, 최신형 미사일 시스템도 공동 개발 중이다. 위성 타격 기술에 대한 공동 협력은 방공 미사일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이다.
중국이 보유한 중단(中段) 미사일 기술은 러시아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중국은 지상기반 중단미사일 요격기술(陆基中段反导拦截技术)시험을 실시했다(2021.2.4). 현재 미국과 중국만이 이 중단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각종 탄도 미사일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완전한 미사일 시스템을 갖춘 세계 유일 국가로 정평이 나 있으며, ABM 조기 경보 시스템 및 미사일 전투 경험 등은 향후 중러 협력이 주목되는 분야로 꼽힌다.
극초음속 미사일
중러 양국 모두 극초음속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분야에서 양국의 기술은 각각 강점이 다르다. 중국은 로켓 추진 승파체(乘波体) 개념의 새로운 미사일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고, 러시아는 흡입식 초연스탬핑 엔진의 초고미사일(吸气式超然冲压发动机高超导弹)분야에서 현장 서비스 투입에 근접한 상태다.
러시아 해군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하자(2021.12), 푸틴은 이 성공이 러시아의 안보 역량 강화에 중요한 단계라고 자평했다. 이는 지르콘(锆石) 미사일 개발이 거의 완료되어 곧 현장 서비스 단계로 진입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의 성능은 마하 9, 사거리 1,000km 이상이며, 선박과 잠수함에 탑재 및 발사가 가능하다. 비행 속도는 시속 9,500km이며, 1,000km 떨어진 적함 표적을 타격하는 데 6분이 소요된다.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에서 중러 양국은 미국에 앞서 있다. 실제, 이 분야 무기 개발을 처음 시작한 나라는 미국이었으나, 개발이 순조롭지 못했다. 반면에, 후발 주자였던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MiG-31K 요격기에 장착하는 등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중국도 둥펑-17(东风17)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공개하고, 공중발사 버전도 ‘홍(轰,hong)-6N’을 장착해 이 분야 선두로 올라서고 있다.
최근 중국은 핵탄두 탑재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2021.8). 이 미사일은 발사되어 저지구 궤도에 오른 후 지상의 표적을 향해 활공 돌입하는 방식이다. 로켓에 탑재된 활공형 이동체가 우주로 발사되어, 궤도 비행을 하다가 대기권 재돌입 후 활공하여 표적으로 향한다. 대기권 재돌입 시 비행속도는 극초음속 영역에 해당하는 마하 5이상으로, 기존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보다는 느리다. 그러나 탄도 미사일과 달리 정해진 포물선형 궤적이 아니라, 비행 중간에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그만큼 추적과 요격이 어렵다. 대기권 재돌입 전의 주 비행 고도가 요격하기에는 너무 낮고, 대기권 내 요격 수단으로 요격하기에는 너무 높다. 즉, 기존의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극초음속 무기를 실전에 배치했다. 건국 70주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DF-ZF(미 국방부 분류명 WU-14)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이 그것이다(2019.10.1.). DF-ZF의 속도는 마하 5~10으로 추산되며 핵탄두 및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고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의 방공망을 돌파, 타격이 가능하다. 중국산 DF-31 대륙간 탄도 미사일(사거리 8,000~12,000km) 등을 발사체로 사용한다.
이에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인 마크 A. 밀리 대장은 ‘이 사건이 과거 스푸트니크 발사 사건과 동등한지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실험은 매우 중대한 기술적 사건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이번 실험이 미국 정부에 준 충격을 말해준다.
극초음속 분야에서 미국은 어떤가? 미 공군은 ‘ARRW’라는 이름으로 이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해왔으며, 최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2022.5.14).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B-52 폭격기가 마하 5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고체 로켓 부스터와 승파체 글라이딩 탄두(乘波体滑翔弹头)로 구성된 AGM-183A 미사일이었다. 그동안 미국은 시험 발사에 세 차례 실패했다. B-52H 폭격기의 행거에서 미사일이 분리되지 않았고(2021.4.5), 미사일이 선반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되었지만 점화 실패로 인해 바다로 직접 발사되었으며(2021.7.28), 12월 17일에는 발사 절차에 들어갔지만 발사 가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네 번째 시험 발사에서 성공했다. 하지만, 이 성공도 이 극초음속 미사일이 더 이상 기술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향후 일련의 후속 실험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개된 것이 없지만, 이 분야에서 중러 양국의 협력 가능성은 높다. 실제 양국 협력이 이루어지면 미국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더라도 앞으로 상당 기간은 중러의 발전을 따라잡기 힘들고,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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