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12시간가량의 조사를 마친 후 "어차피 답은 정해져서 기소할 것이 명백하다"며 "오늘 제시된 여러 자료를 봐도 제가 납득할 만한 그런 것은 없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42분께 조사를 마치고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건물에 나서면서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사에 앞서 '답정기소'를 언급했던 이 대표는 "조사 과정에서도 그런 점을 많이 느꼈다"면서 "충실하게 설명할 건 설명했다"고 했다. 이어 "조사한 검찰 측도 고생이 많았다"며 "모두 고생하셨다. 고맙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티타임 생략하고 12시간 조사...진술서 제출 후 혐의 전면 부인
이날 오전 동료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조사실로 향한 이 대표는 티타임을 생략한 채 바로 조사에 임했다. 통상적으로 유력 정치인이 소환 조사에 응할 경우 검찰이 예우 차원에서 조사 책임자와 티타임을 진행해왔으나, 이 대표는 티타임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두산건설 등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둘러싸인 기업들이 성남FC에 광고성 후원을 하는 과정에 이 대표가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두고 있는 혐의인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 관련 부정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거나 공여를 요구했을 때 성립된다. 부정한 청탁과 대가, 이에 대한 사전 인지 사실 등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서 성남FC 구단주를 맡았던 지난 2014년~2018년 사이 각 기업들로부터 총 160억 원 상당의 후원금을 받고 두산건설에는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용도 변경을, 네이버에는 제2사옥 용적률 상향을, 차병원에는 의료시설 용적률 상향 등 사업 편의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뇌물을 수수하진 않았지만, 각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그 대가로 용도 변경 등 특혜를 제공한 것은 제3자 뇌물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후원금'이 아닌, 적법한 행정에 따른 '광고비'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당시 성남FC가 좋은 성적을 낼 때여서 여러 건의 광고 계약을 체결했고, 그에 따라 성남FC가 실제 광고를 한데 따른 광고비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광고 대가로 행정을 한 일도 없으며, 일례로 두산건설 병원 부지는, 기초공사상태로 20년 가까이 방치된 흉물이어서 흉물 민원을 해결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진술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 아니야"
이 대표는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는 "진술서로 갈음한다"며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검찰에서 네이버 관계자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접촉한 결과에 따라 성남시 요구안을 정리한 문건 등을 제시하자, 이 대표는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면서 "처음 본다", "몰랐다", "믿어지지 않는다" 등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은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등의 대응이 곧 '진술 거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가 진술 거부를 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대표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고 억지 여론 조장을 하는 것은 무리한 검찰 수사라는 사실을 방증할 뿐"이라고 했다.
검찰이 헌정 사상 최초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친 데 따라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주목된다. 검찰은 성남FC 사건 혐의 입증에는 자신하고 있지만, 나머지 사건인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사건의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태국에서 검거되면서 변호사비 대납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회장은 이 대표가 지난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변호비를 대납해준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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