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태백시의회가 공유재산인 조경수를 임의로 제거한 가운데 처리과정도 사전 협의나 문서도 없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태백시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시의회는 의회청사 주변에 식재된 수십년 이상 된 조경수 제거를 재산관리 부서인 회계과에 전화상으로 요청했으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예산 편성 후 2023년 제거를 답변했다.
이에 조경수를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시의회는 가로변 가로수 가지치기작업 등을 진행하던 공원녹지과(산림관리)에 역시 문서도 없이 전화 연락해 시급히 의회청사 조경수 제거를 요청했다.
당시 공원녹지과는 상급기관도 아닌 견제기관으로 알려진 시의회에서 조경수 제거를 요청하자 곧장 직원들을 시의회에 급파 형식으로 지원해 전기톱 등을 동원, 굵기 50~30cm의 수십년 이상 조경수 21그루를 제거했다.
태백시 회계과는 당시 시의회 청사 주변의 조경수 제거 예산이 1000~2000만 원이 필요하지만 관련 예산이 전무해 2023년 예산을 수립해 조경수 제거와 제거된 지역에 조경수 추가 식재를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문서는 물론 태백시 관련부서와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의회 청사 주변의 조경수 수십그루를 무단 처리한 것은 불법과 탈법이며 이런 내용을 감사부서에서도 문제를 삼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태백지역 조경관련 업체에 따르면 직경 50cm가량의 벚나무를 비롯해 20~30cm의 자작나무, 낙엽송, 주목나무는 시가로 그루당 수백만 원을 호가해 전체금액은 최소 수천만 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백시정감시단 관계자는 “개인이 조경수를 제거하려면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법과 규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할 태백시와 시의회에서 이를 무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절차와 법규를 무시한 조경수 제거는 엄연한 위법행위로 철저한 감사와 수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태백시의회의 조경수 무더기 제거는 용납될 수 없는 위법행위”라며 “모범을 보여야 할 시의회와 행정기관이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의원출신 인사는 “중앙로의 한 상인이 수년째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며 가로수 제거를 요청했지만 제거불가라는 답변이 이어지고 있다”며 “일반 시민이 그런 행위를 했다면 당장 고발과 함께 엄청난 과태료를 부과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인 강원랜드는 조경수 처리에 대해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실무책임자에게 확인한 결과 공기업의 중요한 재산으로 처리절차가 매우 엄격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강원랜드의 한 간부 K씨는 “조경수를 제거할 경우 사전에 부서협의를 통해 이식과 불용처리 여부를 결정한 뒤 관련부서 결제를 거쳐 조경수를 처리한다”며 “건물과 집기 등은 감가상각이 되지만 나무는 유일하게 해마다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또 “공유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상당한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가 우려되기 때문에 규정과 절차에 의해 처리하고 있다”며 “더구나 문서도 없이 사장이 지시해도 들어줄 수 없는 일인데 전화로 지시해 처리하는 것은 강원랜드 입장에서는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심용보 전 태백시의회 의장은 “태백시의 공유재산인 시의회 청사 조경수를 적법절차도 거치지 않고 임의로 제거했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위법”이라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명명백백하게 엄단해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태백시의회 관계자는 “청사 주변 조경수가 햇빛을 차단하는 바람에 건물에 습기가 차고 시야를 가려 일부 직원들이 건강상 피해를 입기도 했다”며 “문서대신 전화로 회계과와 공원녹지과에 조경수 제거를 부탁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29일 진행된 태백시의회 조경수 임의제거는 특정 의원의 지시로 의회사무과가 이를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회사무과는 시의원 지시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특히 태백시는 올해 시의회 조경수(주목나무) 식재를 위해 조경수 구입, 장비임차, 인건비, 이전비용 등에 20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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