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의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가 이달 안에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보도에 대해 외교부는 시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개토론회를 설 연휴 전에 가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고 기존 조직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 한국과 일본의 기업으로부터 기부금 형식의 자금을 받아 재원을 마련할 것이 유력하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아직까지 정부가 해결책 발표에 구체적인 시점을 정해 놓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 대변인은 "정부는 한일 양국 간 공동이익에 부합되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자 양국 외교당국 간에 속도감을 갖고 긴밀한 대화와 협의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부는 구체적 방안과 발표 시기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해당 사안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에 일정 부분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문제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시작돼 네 차례 실시됐던 민관협의회에 이어 참여 구성원을 이보다 확대해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이른바 '공개토론회'를 설 연휴 이전에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임 대변인은 "구체적인 공개토론회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저희 조만간 있게 될 안내를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회 이후 추가적인 의견 수렴 과정이 더 진행되는 것인지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정해진 건 없고 확장된 형태의 의견 수렴 과정을 봐가면서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확장된 형태의 공개토론회가 됐든 의견수렴 과정이 있고 나서, 외교적 협의를 더 가속화하고 나서 적절한 시기가 되면 (정부 안을) 안내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정해진 시기를 놓고 해법 모색하기 보다는 속도감을 갖고 한일 외교 당국 간 긴밀한 협의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구체적 안을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 언론 보도 및 한국 정부의 발표를 종합해볼 때, 1965년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이득을 본 한국 및 일본 기업이 재단에 기부금을 내고 재단이 피고인 일본 기업과 함께 채무자가 되어 법적 배상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병존적 채무인수'가 유력한 해결책으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12월 27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원고에 대한 판결금 지급 주체로서 기존의 조직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을 활용하는 방안이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의견으로 수렴된 바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이에 따라 재단 측은 사전 준비 차원에서 정관 개정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교부는 한일 외교당국 간의 긴밀한 대화와 협의를 더욱 가속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본 피고 기업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해당 소송에서의 원고를 포함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이 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어, 공개토론회 등을 통한 정부 안이 마련되더라도 외교적 해결을 통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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