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피고인 신분으로는 처음 법원에 모습을 나타냈다.
안 전 지사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2일 법원 청사 303호 법정에서 열린 성폭행 혐의 재판 제1회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남색 정장과 흰색 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나온 안 전 지사는 피고인 출석 여부를 묻는 판사의 인정신문에 "예, 여기 나와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판사가 직업을 묻자 "현재 직업은 없습니다"라고 말했고, 판사는 "지위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전 충남도지사'로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를 밝히면서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안 전 지사가 유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는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될 정도의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수차례 간음하고 추행했다"며 "김지은 씨가 을의 위치에 있는 것을 악용해 범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사람의 관계는 김 씨가 수행 비서가 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러시아에서 일어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에 집약적으로 나타나 있다"며 "맥주를 가져오라고 해 간음했는데, (이는)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늦은 밤 심부름을 시켜 끌어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성폭행이 아니라는 안 전 지사 측 주장을 반박하며 "호감에 의한 관계라는 것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면서 "권력형 성범죄 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나르시시즘적 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관계 자체는 인정하나 이성적 감정에 따른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안 전 지사 변호인은 "피고인은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을 뉘우치고 후회하고 있다"며 "가혹한 여론의 비판을 받아들이며, 도덕적·정치적 책임도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형법상 범죄인지는 다른 얘기"라고 반박했다.
또 "차기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적·사회적 지위가 있다는 것이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검찰은 경선 캠프 분위기가 수직적이고 상명하복이었다고 하는데, 캠프의 분위기는 비교적 자유로웠고 일방적인 해임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찰은 수행비서의 의미를 과장하고 있다"며 "김 씨는 장애인도 아동도 아니다. 안정적인 공무원 자리를 버리고 무보수로 캠프에 올 만큼 결단력도 있는 여성이었다"며 공소사실에서 거론된 일들이 김 씨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올해 2월 25일 성관계를 거론하며 "김 씨는 당시 불이익이 올까 봐 거부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그때 피고인은 도지사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더 큰 꿈을 위해 공부를 하겠다고 생각하던 상태"라며 위력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안 전 지사는 재판이 시작할 때 일어나 신원 확인에 응한 이후 줄곧 안경을 벗고 눈을 감은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고소인 김 씨도 재판 시작 직전 방청객 자격으로 법정에 들어와 재판을 지켜봤다.
김 씨는 판사, 검사, 피고인 측 발언을 직접 노트에 필기해가며 재판 내용을 들었다.
재판은 점심시간 휴정 후 오후에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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