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에서는 말이 생명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갈등이 조성되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가 설득의 기술 '수사학(rhetoric)'이다.
수사학은 어떻게 하면 상대부터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서 출발한다. 수사학을 잘 이해하고 현실에 적용한다면 집단과 개인의 품위 있는 소통이 가능하고, 이는 갈등 해소의 훌륭한 지름길이다.
<프레시안> 기자는 경북 경산시의회 제243회 임시회 시정질문과 답변 속 '말'에서 민선8기 집행부와 제9대 시의회의 건전한 감시와 생산적 협력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
양재영 의원, 소신 있는 견제
지난 2일 감사원은 경산시 일부 공무원들의 업무태만으로 '생활소비재 융복합산업 기술지원센터' 구축사업이 중단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혀 지역사회에 파장이 일었다.
이 사업은 경산의 미래 소재산업을 이끌어 갈 대규모 국책 사업의 일환으로 100개의 기업 유치, 1500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추진돼 왔다.
양 의원은 2021년 12월 17일 제23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첫 시정질문을 시작으로 1년간 총 5번에 걸쳐 지속적으로 해당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집행부에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 22일 제24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그는 "오해도 많이 들었습니다"라면서도, "감사원 정기감사를 통해 본 의원이 우리 시 사업집행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해조차도 사업 과정에서 시각 차이 혹은 제 부덕의 소치라 생각한다"라면서, 사사로운 감정이 아닌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양 의원 포기하지 않는 문제 제기 등 경산시의회의 건전한 집행부 감시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조현일 시장, 겸양과 생산적 협력 제안
조현일 시장은 28일 경산시의회 제24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일부 공무원들의 업무태만으로 원활히 추진되지 못한 국비사업'에 대한 답변을 위해 단상에 올랐다.
그는 심심한 사과를 전하며 "담당 직원들은 새로운 분야의 국책사업을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행했고, 그로 인해 미흡한 부분이 있어 징계처분을 받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 상황이 조직 내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대규모 국책사업 및 신규 사업 발굴 등에 소극적 추진으로 이어질까 다소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공직사회 위축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사업 추진의 잘못된 부분에는 마땅한 질책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일한 직원들의 노력에 대한 격려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라며, "따끔한 채찍질과 함께 따뜻한 격려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시 전 공직자들은 적극적으로 경산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고 적극행정·일하는 조직문화를 위한 격려도 당부했다.
다가오는 2023년 경산시 신규 국비 사업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운영(64억 9천만), △경북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규제자유특구(81억 6500만), △xEV에너지저장보호차체 개발지원 플랫폼 구축(10억), △ICT융복합 어린이 재활기기 실증센터 구축사업(8억원) 등 15개에 총 189억 원이다.
장래 처벌받을 것부터 대비하는 '공직사회 보신주의' 문화를 타파해야 경산시의 혁신성장이 가능하다.
조 시장의 염려와 직원과 시의회를 향한 당부는 시의적으로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덕을 밀고 나가 업을 닦는다(君子進德修業). 충(忠)과 신(信)은 덕을 밀고 나가는 수단이 되고(所以進德也), 말을 닦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바로 세우는 것(修辭立其誠)은 업을 하는 수단이 된다(所以居業也).
김헌. <레토리케는 수사학인가?>. 2004
한편,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집행부와 시의회간 다툼과 파행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2023년 계묘년 새해에도 민선8기 집행부와 제9대 시의회의 협치를 기대해 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