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 사이에 놀고 있었겠습니까?"(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응급 대응이) 잘 됐냐 못 됐냐가 아니라 신현영이라는 사람밖에 기억이 안 납니다."(국민의힘 이만희 의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첫 기관보고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재난 대응 주무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과 '신현영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회의 분위기에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들은 27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기관보고 도중 회의실에 들어와 "이래서는 국정조사 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신 의원 하나만 물고 늘어지는 국정조사는 의미가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이날 국정조사 회의장과 별도로 마련된 방청 공간에서 기관보고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회의 내용에 불만을 토로하며 회의실로 직접 진입을 시도했고, 국회 사무처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후 야당 의원들의 중재로 회의장에 들어온 한 유가족은 "여당 의원들의 태도에 불만이 있다"고 외쳤고, 결국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참사 희생자 고(故) 이지한 씨 어머니인 조미은 씨는 파행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앞에 놓인 책상을 내려치고 울부짖으며 "다 죄가 없다고, 몰랐다고 그렇게 말할 게 아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30여 분 간 항의하던 유가족들은 결국 회의장에서 철수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원한을 밝혀달라 했는데, 이건 오히려 국민의힘이 정부 고위 공직자들을 다 대변해주고 있다. 질문도 대답도 (본인들이) 한다"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이후에도 여당 측 특위 위원들을 뒤따라가며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될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 정회 후에도 우리 위원을 따라가면서까지 그렇게 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저도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우 위원장은 "헌법기관인 위원님들의 발언 내용에 대해서 각자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을 할 수는 있으나 회의가 정회될 정도의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위원장으로서 정말 죄송하다"며 유감 표명을 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진 기관보고 가운데 경찰이 참사 당일 인파 관리보다 '대통령 코스프레'를 우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국정조사에서 10월 14일 서울경찰청 정보부가 작성한 정보보고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조 의원은 "(보고서에) '거리두기가 해제돼서 10만 명 이상 몰릴 걸로 예상이 된다'고 하면서도 그 다음에 나오는 것은 '성적 분출구, 그동안 눌려왔던 일탈 욕구가 크게 분출, 성추행, 여성 혐오, 마약 범죄, 불법 촬영, 묻지마 만남, 성매매 문의, 환각 파티, 즉석 만남' 등"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제가 보기에는 파티에 오시는 젊은이들,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 내용이 상당히 경악스럽다. 어떻게 이렇게 철저히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또 그 밑에 보면 '윤석열차, 토리 아빠 코스튬 착용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것까지도 신경을 쓴다"면서 "그러면서 정작 제일 앞에 있는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10만 명 이상 모이는 대규모 인파 집결 전망에 대한 조치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4일 간에 걸쳐서 10만 명이 모인다고 되어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고, 조 의원은 "시각이 굉장히 우려스럽다. 이런 의식이 이번 참사를 부른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이날 기관보고는 밤 11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국조특위는 여야 간사 간 합의 실패로 오는 1월 2일 예정이었던 첫 청문회를 4일로 연기하고, 청문회 출석 증인을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73명으로 하는 안건을 산회 직전 의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신 의원 등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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