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내년도 정부 예산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교착 상황의 원인은 여당이 "용산 아바타"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예산 협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미 세 차례나 (예산 법정) 기한을 어긴 집권여당을 향해 윤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며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며 "'수퍼 초(超)부자 감세와 위법 시행령 예산을 끝까지 관철하라'는 용산의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체리 따봉' 문자는 시작일 뿐이었다"며 "윤심으로 당을 장악하려고 골대까지 옮겨 골 넣겠다는 무리수도 모자라, 이제 입법부의 예산안 심의권까지 마음대로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더는 국회의 헌법적 권한을 침해하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국회는 대통령의 들러리가 아니다.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는 헌법 기구란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용산 아바타'로 전락한 여당과 도돌이표 협상을 해봤자 대통령 거부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교착 상황이 길어지면서 연일 부정적 민심만 높아지고 있다"며 "역사상 어떤 여당이 예산안을 볼모로 국회 운영을 지연시키고 국민을 이처럼 불안하게 한 적이 있었나?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의장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여당에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다시 요청드린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시한을 정하고 여당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즉시 본회의를 열어 의장 중재안이든 민주당 수정안이든 정부원안이든 처리해야 한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이 법정 기일을 넘긴지 오래됐지만 오늘도 어제와 달라진 상황이 없다. 안타까운 따름"이라며 "대내외적으로 이렇게 어려울 때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갖고 고집 부리지 말고 국정 운영에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며 협상 교착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주 원내대표는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대해 "정부조직법 범위 안에서 합법적으로 설치된 기관"이라고 강조하며 "예전에는 그 일을 대통령 민정수석실이 근거 없이 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여러 폐단을 낳아 정부조직법 안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부정하고 발목 잡으면 안 된다"고 야당의 이해를 요청했다.
현재 예산 협상과 관련해서는 이날 양당 원내대표가 각각 꺼내든 '법인세 인하' 문제와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이 최대 쟁점으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주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를 불러 중재를 시도했지만 박 원내대표가 불참해 회동이 성사되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김 의장과 만난 뒤 "새 제안이 없는 상태에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이 박 원내대표의 입장이라며 "특별히 진전된 것은 없다. 민주당이 다시 회의를 한다고 해서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었다. 박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서로 '새 제안을 내라'며 버티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박홍근 "국정조사 기간 연장 관철" vs 주호영 "'기간 부족' 이유로 국정조사 강행, 이는 연장 않겠다는 것"
여야는 이날 '늑장 예산 협상'의 여파로 진행이 늦춰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기간 연장 문제를 두고서도 상대방에게 책임을 넘기며 대립했다.
박 원내대표는 "진상규명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국정조사부터 여는 것이 마땅한 자세이자 도리 아닌가"라며 "여당이 의도적으로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켜 국정조사 기간을 허비한 만큼 반드시 상응하는 기간 연장을 관철 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예산안이 통과되면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는데 통과되지 않은 채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시작했다"며 "(야당은) '1월 7일까지 국정조사를 마치기로 했는데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1월 7일까지 마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저희는 이를 '1월 7일 이후 국정조사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반격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 구호작업을 위해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 '닥터카'에 탑승했던 것이 논란이 된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이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자리를 내려놓는다"며 "저로 인해 10.29 이태원 국정조사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본질이 흐려지고 정쟁의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저의 합류로 인해 재난 대응에 불편함이 있었다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참사 당시 소식을 접하고 응급의료활동에 조그마한 도움을 주기 위해 의사로서 달려간 활동에 대해 저열하기 그지없는 공세가 펼쳐지는 상황"이라며 신 의원의 거취에 대해서는 "본인 의견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특위 위원들과 논의할 예정이다. 아직 결론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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