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대형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포괄임금제'를 유지해오던 카카오모빌리티가 포괄임금제를 폐지한다. 포괄임금제는 얼마나 오래 일하든 미리 정해진 만큼의 수당만을 지급하는 제도로, 초과 근무가 잦은 IT 노동자들에게 '공짜 야근'을 강요하는 제도로 지적 받아왔다.
16일 IT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노사합의를 거쳐 내년부터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로써 카카오모빌리티 노동자들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고, 초과근무 시간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포괄임금제는 미리 일정한 수당을 주고 추가 노동 시간이 길더라도 이에 상관없이 일을 하게 하는 제도다. 특히 새 프로그램 출시 전 특정 기간 동안 잠과 식사, 씻기까지 포기하고 일하는 이른바 '크런치 모드'와 같은 고강도 근무가 잦은 아이티 노동자들은 법정 노동시간인 '주 52시간'을 초과한 노동에 대해서 수당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카카오 내부에서도 포괄임금제 폐지 요구가 이어지자 2019년 카카오 본사를 비롯한 대다수 계열사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도 포괄임금제를 운영하지 않는다. 카카오 그룹 내 주요 자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포괄임금제를 유지해왔던 카카오모빌리티도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이 IT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노조의 반대 뿐 아니라 사회적 반대 여론에 매각을 철회했다. 월간 활성이용자 1000만 명에 달하는 '국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카카오모빌리티가 투기성이 짙은 MBK파트너스에 매각될 경우 생기는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었다.
매각 철회 이후 카카오모빌리티 사측은 갈등을 빚어온 대리운전 노조 등 업계와 상생하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단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포괄임금제 폐지 방침도 노동자와의 상생 방안 중 하나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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