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의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될 만한 행태를 보이면서 민감한 현안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안은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보도상 국립외교원과 민간 연구소 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진 '민관대토론회'는 정부가 현안과 관련해 검토 중인 '외연을 확장한 논의의 장'과는 별개의 행사"라며 "행사를 취소 또는 만류했다는 일각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14일 국립외교원과 세종연구소는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과 방향을 알아보고 안보와 경제문제에 있어 한일협력 과제를 살펴보는 '한일관계 민관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토론회는 외교부의 요청에 의해 연기됐다.
이를 두고 외교부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 피해자를 포함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음에도 토론회를 연기시킨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며, 해당 사안을 외교적으로 협상하는 과정에서 일본이라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국립외교원이 외교부 산하 기관이라 (14일 개최하겠다고 밝힌 토론회가) 외교부가 주관하려고 했던 외연을 확장한 공개토론회로 오인될 수 있겠다는 부분을 우려했다"며 "저희가 (국립외교원 주최 토론회를) 늦게 알고 취소나 만류가 아닌 시기를 좀 늦춰달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 당국자는 "조만간 (정부 차원에서) 외연을 넓힌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공지하려는 상황이었다"라며 일본 '눈치 보기'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외교부는 기본적으로 학술 기관 또는 한일관계 관련 단체들이 주최하는 각종 토론회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그를 통해 나온 좋은 의견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제동원 피해자 서훈 보류...외교부 "내년 재추진되면 진지한 검토"
이와 함께 외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국민훈장 수여에 '보류'의견을 낸 것도 일본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절차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안은주 부대변인은 서훈 관련 "외교부는 차관회의에 의안이 제출된 사실을 인지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관계부처 간 사전협의를 해야 할 사안이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인권위원회와도 유선 등을 통해 지속 소통해 왔으며, 내년에 재차 추진될 경우 진지한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해당 사안이 불거지기 전인 12월 첫째주 중반 차관회의 직전에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해당 사항을 전달받은 뒤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인지하고 관련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가 의견 전달을 통해 지적한 절차상 하자는 국무회의를 거치기 전에 차관회의에서 논의 주제를 협의하는 것이 관행인데 인권위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는 정부 부처 간 관행이며 실제 상훈법이나 관련 시행령 어디에도 법적으로 규정된 바는 없다.
외교부가 절차적 문제의 근거로 삼고 있는 상훈법 7조에도 "서훈이 추천된 경우에는 서훈에 관한 의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하여야 한다(제1항)"는 것과 "대통령은 제1항에 따른 서훈에 관한 의안에 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서훈 대상자를 결정한다(제2항)"는 내용이 있을 뿐 차관회의 전 사전 협의에 대해서는 명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이날도 절차상 문제점만 언급할 뿐, 서훈 대상자를 결정할 권한이 없는 외교부가 결정 주체인 인권위와 왜 이 사안을 협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정부가 일본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을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인권위에) 전달한 것"이라고 답했다.
내년에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은 현 시점에서 양금덕 할머니에게 서훈을 수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서훈 수여 여부에 대해) 관계부처 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교부가 바람직한지 여부에 대해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처음부터 (인권위와) 의사소통할 때 반대한 것은 아니었고 사전협의 거쳐서 (서훈을) 잘 추진하자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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