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장애인 시위 대응'을 명분으로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강행한 서울시 및 서울교통공사의 조치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기본권 침해"이자 "혐오정치"라며 반발했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44분부터 서울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 방면 열차는 같은 호선 삼각지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다. 지난 12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13일부터 지하철역에서 심각한 지연이 발생할 경우, 무정차 통과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데에 따른 조처였다.
전장연 측은 같은 날 오전 8시께부터 삼각지역 숙대입구 방면 승강장에서 '23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등을 주장하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선전전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승강장에서의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다리를 들고 열차에 탑승하려 했으나 지하철보안관들에 의해 제지당했고, 이후 열차는 삼각지역을 무정차로 통과했다.
이에 전장연 측은 같은 날 오후 성명을 내고 "장애인 권리 보장에는 법과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권리 탄압에만 (법을) 엄격히 적용해온 법치주의의 이면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사건"이라며 공사 측의 무정차 통과 조치를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정부와 여당,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등을 가리켜 "(이들은) 올해 초부터 SNS를 통한 (장애인) 비방,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혜화역 엘리베이터 봉쇄 등의 무책임하고 조직적인 탄압으로 장애인의 목소리를 막아 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이어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전장연 저격' 행위, 같은 달 언론을 통해 밝혀진 서울교통공사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문건 등을 지적한 말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무정차 조치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는 혐오정치 수단에 불과하다"며 "1년 넘게 장애인들이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시민들과 부딪치면서까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전장연의 이날 시위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의 예산안 처리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하고, 장애인권리입법을 통과시켜 줄 것' 등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은 지난 2021년 12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일부개정안이 '운영비(예산) 지원 의무'를 명시하지 않은 채 국회를 통과하면서부터 지속됐지만, 총 248일차의 선전전이 이어질 동안 국회는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 "출근길 불편? 잘 압니다. 우리는 이걸 70년째 겪고 있어요")
전장연 측이 이번 무정차 조치에 대해 "장애인들은 이미 비장애인이 타는 열차에 타지 못해왔다"고 비유해 말하는 이유다.
한편 이날 지하철 선전전을 마무리한 전장연 활동가들은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으로 이동해 '인권위 권고조치 결정에 따른 서울경찰청 규탄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앞서 지난 1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 전장연 측 활동가 3명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경찰의 과잉대응 건과 관련해 "경찰은 장애인의 집회·시위 시 장애인 안전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요지의 결정문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진행한 시위 도중 연막탄을 터뜨려 공중에 흔들었고, 이를 압수하려던 경찰에 밀려 휠체어에 탄 채로 넘어졌다. 인권위는 경찰 측에 "미신고 시위 물품인 연막탄을 회수하는 것 자체는 정당"하다면서도 회수 행위는 "신체의 자유를 최소 침해하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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