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연대 조사를 계속 하기로 한 가운데, 민주노총이 공정거래위원장을 14일 고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을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한 위원장은 "향후 파업이 종료될 시에도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 화물연대 소속 차주를 사업자로 판단하고 있고, 이와 유사한 건설노조 건에서도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년과 올해 화물연대의 파업 과정에서 부당한 공동행위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공정위가 조사 중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한 위원장이 화물연대 및 건설노조가 사업자 단체에 해당한다고 발언한 것은 공정위 판정 관련, 심판위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의 현장 조사는 불발됐지만 자료 제출과 출석 요청 등을 통해 타 운송 거부 강요 등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가 소속 회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사업자끼리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해서도 안 된다.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을 사업주로 볼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동자에게는 공정거래법(부당공동행위)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물노동자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분류된다. 특고는 겉으로는 독립 사업자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 업체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직·간접적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다. 4대 보험에서 배제되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화물노동자의 최저임금역할을 하는 '안전운임제'의 지속추진을 위해 파업을 진행한 것이다.
지난 2019년 공정위도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지침'을 개정하면서 "특고는 노동자와 유사하나 자영업자적 특성으로 노동관계법을 통한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보호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공정위원장부터 화물연대 소속 차주가 사업자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사업자·사업자단체라도 다른 법령에 따라 하는 정당한 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면제 조항이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화물연대가 노조 설립 신고를 하지 않았고 단체행동과 관련한 노동법 절차도 지키지 않아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스스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주체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사회적인 인정을 받아왔다"며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노동기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과 성과가 현 정부에서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을 편파적으로 바라보는 스스로 공정의 원칙을 저버린 공정거래위원회의 작태"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규율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해 있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준사법적 의결을 하는 심판회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건설노조와 화물연대가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는 발언을 했다"며 "공정과 중립을 지켜야 할 공정거래위원장이 스스로의 조사원칙을 깨고 의결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오는 21일 전원회의를 열고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건설사에 비노조원과의 계약을 해지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심의할 예정인데, 한 위원장의 의견이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심의 결과는 화물연대의 사업자단체 여부를 가르는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의 망언을 좌시할 수 없고,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을 고발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긴급 개입 서한'을 보냈던 국제노동기구 ILO의 카렌 커티스 부국장은 한국을 방문해 고용노동부 및 국토교통부 관계자를 비공식 면담하겠다고 예고했다.
커티스 부국장은 전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ILO는 파업권이 단결권에 내재된 필연적 결과이며, 이것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허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업무복귀 명령의 각각의 구체적인 사례는 이러한 점 안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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