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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의 이익도 인간 이익처럼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함께 사는 길] 법이 '자연의 권리' 인정해야 공존의 길 열려…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2020년 12월 발표한 월암지구 토지이용 계획에 맹꽁이 서식지 보전 계획은 없었다. 그러나 정밀조사 결과 계획 대상지에서 맹꽁이가 고루 출현했다. 맹꽁이 서식지의 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LH는 토지이용 계획상 용도변경은 어렵다며 대신 고속도로 인근 녹지를 '대체 서식지'로 제시했다. 행동반경이 150~300m인 맹꽁이의 특성상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야 생존이 가능하다. 맹꽁이의 생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체 서식지를 마련한 경우 97%가 적응하지 못하고 몇 년 후 사라진다. "지구 생명 순환의 관점에서 생물다양성은 인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고리가 하나 끊어지면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맹꽁이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 맹꽁이 서식지 보전활동을 진행한 활동가의 말이다. 맹꽁이에게 살 공간을 내주고 녹지로 조성한 후 다른 곳을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관련 기사 : <뉴스앤조이> 2021년 8월 4일 자 '개발 앞에서는 맹꽁이보다 사람이 먼저?…"생물 다양성은 결국 인간을 위한 일"')

지구 시스템의 관점에서 인간과 비인간 존재는 지구공동체를 구성하며 생태적으로 상호 의존한다. 이 때문에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니즈와 이익이 균형을 유지한 채 상호 증진될 때 장기적으로 '공동번영'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생태적 실재(reality)를 어떻게 법과 정책, 그 밖의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이른바 생태법(ecological law) 또는 지구중심법(Earth-centered law)의 관심사다.

▲ 파주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운정3지구 택지개발로 인해 훼손될 수 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모니터링하고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지속가능성 모델에서 자연의 권리 모델로

오늘의 인류는 자연과 사람, 경제의 관계에 관한 두 세계관의 경합을 경험하고 있다. 그 두 세계관은 각각 주류 모델인 '지속가능성 모델'과 대안 모델인 '자연의 권리 모델'을 떠받치고 있다.

지속가능성 모델은 각 원이 다른 것과 독립하여 존재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연뿐이므로 자연의 권리 모델이 실재에 부합한다("자연 없이는 사람도 없고, 사람 없이는 경제도 없다"). 우리는 자연의 생태적 한계 내에서 인간의 경제와 사회 발전을 추구한다는 전략에 기반한 자연의 권리 모델을 따라야 한다. 자연의 권리 모델의 핵심은 자연을 고유한 이익을 가진 이해당사자로 인간 법체계 내로 받아들이는 것인데, 이를 위한 핵심 장치가 '자연의 권리'다. 자연의 권리 모델로부터 '가장 근본 권리는 자연의 권리고, 자연의 권리의 하부시스템으로서 인간의 권리, 인간의 하부시스템으로서 재산 내지 기업의 권리라는 권리의 자연적 위계가 성립한다(Mumta Ito, 2017).'

여기에서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생태적 상호의존성을 어떻게 인간의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를 인간 법체계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 출처: Mumta Ito, Nature’s rights: a new paradigm for environmental protection, ECOLOGIST(2017, May)

맹꽁이 이익도 인간 이익처럼 고려하라는 판결

2021년 2월 서울행정법원은 국토교통부장관이 분당구 서현동 일원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헌법상 환경권과 환경 이용 행위를 할 때 환경보전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환경정책기본법 제2조를 고려하면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용의 부실성과 이익형량의 하자를 판단할 때 환경보전의 측면을 충실히 고려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피고가 정밀조사를 통해 사업지구 내 다수의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이익형량에 고려했다면 사업지구 전체 면적의 입지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적어도 일부 면적의 제척, 경계변경 등을 통해 사업 규모를 축소했어야 한다.). …… 이 사건 처분 이후에 지구계획 단계에서 공원녹지 및 대체 서식지 확보 등 저감방안을 수립해 맹꽁이 서식지 훼손으로 인한 환경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피고의 주장은 …… 근본적으로 개발사업의 입지로 타당하지 않은 맹꽁이의 주요 서식지를 주택지구에서 배제함으로써 이를 보전하는 대안에 준하는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

-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74850 판결

우리 법원은 지금까지 도롱뇽과 황금박쥐, 검은머리물떼새, 그리고 최근에는 산양에도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위 행정법원 판결이 맹꽁이에게 권리주체 내지 소송 당사자능력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판결은 맹꽁이의 이익이 행정계획 결정에서 인간의 이익과 마찬가지로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인식 내지 관점에 기반하고 있다고 읽을 수 있다.

비오톱 가치를 사유지 개발권 위에 놓은 판결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4조 4항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도시기본계획의 수립에 필요한 기초조사 내용에 도시생태현황을 포함할 수 있다. 같은 조례 24조에 따른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에 따르면 '도시생태현황 조사 결과 비오톱 유형 평가 1등급이고 개별 비오톱 평가 1등급으로 지정된 부분은 보전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조례는 비오톱을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활공동체를 이루어 지표상에서 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생물서식지로 정의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장이 작성한 도시생태현황도에서 한 사유지가 비오톱 유형 평가 1등급 및 개별 비오톱 평가 1등급으로 지정됐다.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24조에 따른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보전돼야 하므로 토지 개발이 제한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토지 소유주(원고)는 양서파충류가 출현한 기록이 없음에도 양서파충류가 출현한 비오톱과 유형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비오톱 유형 평가에서 1등급('주요 서식지 기능' 등급)으로 결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도시생태현황도의 무효확인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먼저 "비오톱 1등급으로 지정된 토지 보전은 생태환경의 보전이라는 공익을 위하여 수인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비오톱 유형 평가 기준에 따르면 양서파충류가 출현한 경우 1등급, (출현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잠재 서식지의 경우 2등급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①등급 결정은 지리적 생물적 지식에 근거하여 결정되는 전문 영역이라는 점, ② 비오톱은 특정 생물군집의 서식공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양서파충류의 출현 내지 잠재성을 포함하는 것은 합리적이며, ③비오톱 유형 평가는 서울특별시 권역 내 같은 비오톱 유형에 대한 평가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서파충류가 실제 출현하지 않았더라도 출현한 비오톱 유형으로 평가함은 명백히 부당하지 않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서울행정법원 2017. 9. 8. 선고 2016구합 7033 판결).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은 '자연은 스스로 존재하고 기능·역할을 수행하며 번성할 이익과 자유를 가짐을 인정하고 이를 권리형식을 통해 인간 법체계에서 보장함'을 뜻한다. 양서파충류가 출현한 지역 또는 잠재 서식지를 비오톱 1 내지 2등급으로 지정하고 이를 개발행위 허가기준과 연계하는 것은 비인간 존재의 서식지에 대한 이익을 인간의 개발행위에서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자연과 지구의 균형 지키는 법으로 나아가야

세계 최초로 또 유일하게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서 명시한 에콰도르 헌법은 전문에서 '자연과 조화하면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안녕(well-being)을 추구함으로써 '자연과 새로운 양식의 공존 질서'를 정립하는 것이 좋은 삶의 방식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자연의 권리의 인정은 단순히 자연환경 보전의 강화가 아니다. 이는 인간 이외 존재의 이해방식에 관한 '존재론의 문제'와 그들의 고유한 이익을 인정하고 인간의 이익과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책임성의 문제' 그리고 자연과 조화 속에 인간의 안녕을 추구함이 인류세 시대에 좋은 삶이라는 '삶의 방식 문제'를 함께 제기한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발하고 구조화하는 법의 전환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 파주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운정3지구 택지개발로 인해 훼손될 수 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모니터링하고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 자연을 위한 법적 권리 사례

○ 에콰도르 : 2008 에콰도르 헌법은 순환과 기능, 진화 과정의 유지와 재생, 그리고 복원에 대한 빠차마마(어머니 대지) 또는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였다.

○ 볼리비아 : 어머니 지구 권리법(The Law of the Rights of Mother Earth of 2010)과 어머니 지구 및 통합발전 기본법(the Framework Law of Mother Earth and Integral Development for Living Well of 2012)은 생명, 생물다양성, 깨끗한 공기, 복원에 대한 어머니 지구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 뉴질랜드 : 마오리 부족과 뉴질랜드 정부는 조약을 둘러싼 분쟁의 해결에 합의하였고 그 결과 2017년 Te Awa Tupua를 "산에서 바다에 이르는 황거누이 강(the Whanganui River)으로 이뤄진, 분리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전체(indivisible and living whole)"로 법인(legal person)으로 인정하였다. 이 법인은 하상(河床)에의 재산적 권리를 포함하여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 콜롬비아 : 2018년 콜롬비아 최고법원은 콜롬비아 아마존은 권리주체라고 판시하며, 정부에 아마존 보호조치를 명하였다. 이 판결은 아뜨라또 강(the Atrato River)은 법인격과 보호, 보전 및 복원될 권리를 갖는다는 2016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터잡고 있다.

○ 인도 : 2018년 우타라칸드 법원은 동물을 사람(person)의 권리, 의무 및 책임을 갖는 법적 실체로 선언하였다. 이 법원은 일찍이 강가와 야무나 강(the Ganges and Yamuna Rivers)의 권리를 인정한 바 있다.

○ 미국 : 펜실베니아의 타마쿠아 자치구(Tamaqua Borough)는 2006년 자연 공동체와 생태계의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의 지방조례를 통과시켰다. 그 뒤 다수의 주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였다. 일부 조례는 법원에서 파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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