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이른바 '광명 세모자' 살인사건의 40대 피의자가 첫 재판에서 자신의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부는 6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모씨(45)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고씨는 이날 검찰 측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모두 인정한다"고 답했다.
공소사실을 통해 밝혀진 그의 범행은 한 집안의 가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내(40대)와 두 아들(10대)을 너무도 잔혹하게 살해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6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고씨가 2년여간 백수생활을 하며 아내와 잦은 언쟁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아내와의 잦은 말다툼은 분노로 커져 갔고, 큰 아들이 자신의 슬리퍼를 신었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언을 하는 등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표출한 그의 머리 속에는 가족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업신여긴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의 분노는 주체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범행 당일인 10월 25일 저녁, 고씨는 집안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던 큰 아들을 고무망치로 때려 살해하고, 이 모습을 본 아내에게도 고무망치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이후에도 주방에 있던 흉기로 무참히 찔렀다.
이어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 작은 아들에게도 같은 수법으로 생명을 빼앗았다.
고씨는 당초 아내와 두 아들을 망치로 때려서 죽인 뒤 베란다를 통해 1층으로 떨어뜨리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지 공구함에 미리 구매한 망치를 보관해 온 점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고씨는 "망치는 침대를 수리하기 위해 산 것"이라고 했다.
범행 당시 고씨는 "외출 후 돌아오니 가족들이 죽어 있다"며 울며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나타난 경찰관에게도 범죄 피해로 가족을 잃은 가장 행세를 했다. 하지만 범행 시 자신이 입었던 피묻은 옷가지와 범행도구를 경찰이 찾아내 들이밀자 범행을 실토했다.
고씨는 재판부에 "제가 저지른 일이 인간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것을 안다"며 "용서를 받거나, 뭔가를 할 생각이 없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고씨의 변호인 측은 고씨가 기억상실을 앓아 매우 혼란스러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씨 변호인 측은 "기록상 고씨는 8년 전에 기억상실을 앓았고, 범행 1개월 전 기억이 돌아와 혼란스러웠다"며 "사건 한 달 전 기억을 되찾을 때 8년간의 기억이 없는 상태여서 고씨는 모든 환경이 낯설었다"고 설명했다.
고씨가 잃어버린 8년간의 정보를 알기 위해 집안의 서류나 다이어리 등을 찾아봤고, 이 과정에서 가족간의 불화가 시작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고씨에 대해 정신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고씨 변호인 측은 "정신 감정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신감정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서 고씨의 진술을 좀 더 들어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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