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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셰익스피어와 김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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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자수첩] 셰익스피어와 김동연

지난 30일 저녁,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주한 영국대사의 초청으로 한영협회의 크리스마스 만찬 리셉션에 참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관련 내용을 확인해보던 중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김 지사가 참석한 리셉션은 한-영 양국간 민간교류 및 상호 이해 증진을 통한 관계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한영협회에서 주최한 행사이자, 우리나라 학생들의 영국 유학을 지원하는 장학사업 기금(쉐브닝 장학금·Chevening Scholarships)을 조성하기 위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특히 콜린 크룩스(Colin Crooks) 주한 영국대사를 비롯해 민선식 한영협회 대표(YBM회장)와 한승수 유엔총회 의장회 의장(전 국무총리) 등 정치·경제·외교분야 인사들로 구성된 참석자 가운데 유일한 자치단체장으로서 행사의 축사까지 맡게 된 배경이 궁금해졌다.

즉시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한 배경은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김 지사의 행사 참석은 한영협회의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크룩스 대사의 초청에 의한 것이었는데 두 사람의 인연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된 계기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무조정실장이던 김 지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개혁 과정에서 스콧 와이트먼(Scott Wightman) 영국대사가 영국의 개혁사례인 ‘One in one out(규제비용총량제)’를 대통령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이를 통해 영국과 인연을 맺게 된 김 지사는 와이트먼 대사를 매개로, 후임 영국대사들과의 두터운 친분 관계를 형성하며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었다.

일찍이 셰익스피어가 "우리는 사랑하는 친구들에 의해서 알려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영국과 김 지사의 인연은 와이트먼 대사에서 후임자인 찰스 헤이 대사로 이어졌다. 2015년 부임한 찰스 헤이 영국대사는 국무조정실장이라는 공직의 정점에서 돌연 스스로 공직을 떠난 뒤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김 지사를 찾았다. 그리곤 영국의 세계적인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와 그의 희극 ‘헛소동’을 좋아하는 김 지사를 위해 연극 ‘리어왕’ 관람을 제안했고, 김 지사는 영문과 학생들 및 교수들과 함께 단체관람을 한 뒤 후일 영국대사를 초청해 학생들과 함께 ‘난타’ 공연을 관람하고 대화의 장도 마련하는 등 영국대사와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영국과의 인연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김 지사는 경기지사 취임 이후인 지난 7월 크룩스 대사와의 만남에서 경기도와 영국 간 기후변화 및 탄소중립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 확대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또 지난 10월 파주 임진각 및 임진강변 일대에서 진행된 ‘2022 DMZ 평화 걷기’ 행사에도 크룩스 대사를 초청해 2018~2021년 북한 대사로 근무한 크룩스 대사의 경험을 나누고, 남북관계에 대한 방향성과 평화공존의 방안 및 생태환경·기후변화·지속가능성 등 보다 큰 평화를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

지난달에는 탄소저감 기술기업인 영국 플라스틱에너지사의 최고경영자(CEO) 카를로스 몬레알(Carlos Monreal) 대표와 면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경기도 투자를 요청했고, 나이젤 토핑(Nigel Topping) 유엔기후변화협약(COP26) 기후대응 대사와 만나 기후위기 극복 및 탄소중립을 위한 영국과의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이 같은 영국과의 인연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당시 "1390만 경기도민과 함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유가족은 물론 슬픔에 빠진 영국 국민께 위로를 전한다"며 경기도청에 조기를 게양한 김 지사는 자신의 SNS에 게시한 글을 통해 "개인적으로 정부에서 일하던 시절 영국과 다양한 협력을 진행했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를 한국에 유치할 때는 영국의 협조를 이끌어냈고, 반대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 선출 때는 적극적으로 영국에 협조하기도 했다"고 전했던 것이다.

김 지사와 영국간의 인연에 대한 비하인드를 알게되며 갖게 된 생각은 그의 이러한 네트워크를 경기도가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고등학교 졸업 이전에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한 뒤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및 기획재정부 등을 거쳐 초대 국무조정실장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역임하는 등 자타공인 ‘경제 전문가’로 불리는 김 지사는 지난 6·1지방선거 과정은 물론, 당선 및 취임 이후에도 일관되게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민생 회복 등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탄소중립을 실천해 경기도 기업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 등 혁신성장과 연결되는 글로벌 기술혁신 선도기업 투자 유치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김 지사다. 영국은 이미 풍력·태양열·수소 등 청정 에너지원을 활용한 탄소중립 정책을 일관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역량강화를 국가차원에서 추진해 2023년 말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15% 이상 늘릴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 같은 영국과의 신재생에너지 협력이 이뤄진다면, 현재 경기도가 추진하는 관련 정책들은 보다 탄력을 받게될 것이다.

다행인 점은 김 지사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전날 한영협회의 리셉션 자리에서 축사를 통해 "경기도는 영국의 이상적인 파트너로 기후변화와 경제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관계를 강화하고 싶다"고 밝힌 점이 그 근거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경기도는 대한민국 전체 ¼을 차지하는 인구, 국내총생산(GDP) 등으로 거의 모든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특히 경기도는 삼성과 SK, LG, 현대-기아 등 글로벌 기업이 소재한 곳으로, 전 세계의 반도체와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업계의 선두 주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또한 대한민국 연구개발 전문가의 ⅓이 있는 곳으로서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및 자동차 등 최근 부상 중인 산업의 첨단을 달리고 있다"고 강조한 뒤 "이러한 점 덕분에 경기도는 대한민국을 이끄는 동력의 원천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하며 "경기도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 대한민국과 영국은 이미 많은 위대한 성취를 함께 해낸 만큼, 앞으로는 경기도와 함께 협력하며 성장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앞으로의 문제는 경기도다. 우리 지역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기 위해서는 김 지사가 갖고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와 경험 등을 잘 ‘이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김 지사는 자신이 지닌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분야에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날 경기도청을 방문한 필립 골드버그(Philip S. Goldberg) 주한 미국대사와 만난 김 지사는 미래 글로벌 전략 및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등을 논의하며 "(한국과 미국이) 가치동맹을 뛰어 넘는, 혁신동맹을 함께 했으면 한다"고 요청, 상호간의 혁신과 경제교류를 골자로 한 파트너십을 약속했다.

이 밖에도 김 지사는 △보리스 타디치(Boris Tadic) 세르비아공화국 전 대통령 △엘렌 박(Ellen Park) 미국 뉴저지주 하원의원 및 린다 리(Linda Lee) 뉴욕시 시의원 △챕 피터슨(Chap Petersen) 미국 버지니아 상원의원 △아리스 비간츠(Aris VIGANTS) 주한 라트비아 대사 △타마라 모휘니(Tamara Mawhinney) 주한 캐나다 대사대리 △조이르 미르자예프(Zoyir Mirzayev)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주 주지사 등과의 만남을 통해 경기도를 세계에 알리고, 그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분투 중이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4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경기도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을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었다. 도지사 취임 이후에도 이 같은 다짐은 변하지 않은 모습이다. 경기도민은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의 시기에 이를 극복해 낼 수 있는 대안을 지닌 인물을 도지사로 선택했다. 경기도는 도민들의 요구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김 지사가 지닌 인프라와 능력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사망한지 4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의 작가로서 문화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셰익스피어처럼, 그를 좋아하는 김 지사도 경기도의 혁신성장과 발전에 큰 힘을 발휘해 도지사직을 그만둔 후에도 도민들에게 영원히 사랑받는 도지사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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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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